[특별취재팀] 한국의 재벌 회장님들이 해외의 부자들에 비해 훨씬 ‘못 누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집이다. 재벌들이 근거지로 삼고 있는 서울의 땅 자체가 좁은 데다가, 집처럼 외부로 드러나는 ‘물건’들은 아무래도 남의 눈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몇 천억 가진 부자들도 수영장, 테니스코트 등이 딸린 대저택을 보유한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재벌들은 몇조원을 가지고도 의외로 ‘단촐한 3층 양옥집’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분위기는 남의 눈을 신경쓰는 이웃나라 일본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해 이런 상식을 뒤집는 일이 벌어졌다. 야나이 타다시 유니클로 회장과 함께 일본 최고부자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에 대 저택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벨리 인근의 우드사이드 지역에 있는 한 저택을 1억1750만달러에 사들였다. 9에이커(3만6000평방미터) 규모의 이 저택의 거래 가격은 미국의 주택거래 사상 최고가로 기록됐다. 이미 지어진 집을 거래하는 가격으로는 역대 최고 였다는 의미다.

2005년에 지어진 이 저택은 거실이 딸린 4개의 대형침실과 5개의 욕실, 수영장과 테니스코트 등을 갖추고 있다. 인근에는 스탠포드 대학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IT업계 회장들의 집이 대거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의 캘리포니아의 저택 구입 사실은 당시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손 회장은 도쿄에도 70억엔 상당의 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일본의 자산가가 사들인 집 가운데 최고 가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의 가격과 시설보다는 손회장이 미국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가 집을 사들이기전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의 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을 200억 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손 회장이 현지에 고가의 거처를 마련한 것은 그만큼 미국사업 확대에 힘을 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캘리포니아 저택은 단순히 집이라기보다는 손회장의 전진 기지인 셈이다.

실제로 손회장은 최근 미국 사업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스프린트는 분기 적자를 대폭 줄였다. 일본에서 처럼 가족용 음악서비스 할인 상품을 출시하는 등 변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