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쏟아지는데 경기침체탓 개최대회 감소…PGA투어로 이탈 본격화

한손·폴터·콜사에츠·카이머…돈·명성 쫓아 더 큰 무대로 EPGA 스폰서난 심화…스페인·체코등 4개 대회도 사라져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고, 프로선수들은 돈이 많은 큰 무대로 옮기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다.

국내 축구선수들이 유럽이나 일본팀으로 이적하고, 야구선수들이 일본이나 메이저리그로 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선수 개인으로 보면 수준높은 리그에서 뛰며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을 떠나보낸 리그는 스타들의 빈 자리가 휑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유러피언골프투어(EPGA)가 그런 위기에 직면해있다. 스타들의 엑소더스 때문이다. 유러피언투어는 골프의 본 고장이라는 자존심이 있었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투어 규모가 작아 많은 선수들이 미 PGA투어를 겸해서 뛰어왔다. 하지만 2000년 대 이후 투어 규모가 커지고 스타들이 꾸준히 탄생하면서 PGA투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게다가 일부 특급 선수들은 “미 PGA투어에 출전하지 않고 유러피언투어만 뛰겠다”고 선언해, 당황한 PGA측이 “연간 일정 대회 이상 나오지 않으면 시드를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불황에 전 유럽이 휘청거리면서 선수들이 파이가 작아진 유럽대신 PGA로 다시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랭킹 1위 마르틴 카이머(독일)은 2013년 PGA투어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전 세계 1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플로리다로 아예 이사를 했고, 유럽 최고의 장타자 니콜라스 콜사에츠(벨기에)는 “유럽대회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PGA투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킬로이에 이어 유럽상금랭킹 2위에 오른 페테르 한손까지 내년에는 PGA투어에서 주로 뛰기로 했다. 이제 세계랭킹 상위 30명 중 28명이 PGA투어에서 시즌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실 벌써부터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 올해 미국과의 대항전인 라이더컵 유럽대표로 나선 선수 12명 중 7명이 PGA투어 풀시드 멤버이며, 그중 5명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수치가 더 늘어날 것이다. 전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비롯해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 페테르 한손(스웨덴)은 이미 플로리다에 자리를 잡았다.

이런 ’스타들의 탈유럽 현상’에 대해 유러피언투어(EPGA)측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조지 오그래디 EPGA 의장은 이에 대해 “유럽선수들의 수준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반증이며, PGA투어측이 이들에게 문호를 더 개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려하고는 있지만 패닉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라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PGA는 유럽의 스타선수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투어의 상금규모가 더 커지고 대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있다. 실제로는 대회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올해만 해도 스페인과 체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 4개가 사라졌다.

선수들은 유럽 개최 대회수가 줄어든 것과 대회 규모가 PGA보다 작다는 것을 지적한다.

지난해 양대 투어를 오가는 강행군 끝에 상금왕을 석권했던 도널드는 “미국투어는 대회도 많고 이동하기도 편해 매력적인 투어”라며 “EPGA는 유럽대회 수는 점점 줄고, 아시아대회가 늘어나서 선수들이 피곤해한다. 미국진출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유럽 전체가 경제위기로 신음하고 있다. 큰 대회도 대형 스폰서를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러피언투어를 모든 선수들이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매킬로이는 여전히 기회가 되는한 유러피언투어에 출전할 생각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면 전 세계 어디서든 경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EPGA를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EPGA는 나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그것을 잊지않고 있다”고 의리(?)를 보였다.

올 라이더컵 대표로 나섰던 폴 로리(스코틀랜드)는 2000년 PGA투어에서 활약했지만, 그 뒤에는 유럽투어에서 뛰고 있다. “연간 7, 8개의 빅이벤트 때문에 가는 것은 모르지만, 미국에 완전히 이주하는 것은 원치않는다. 가족들이 있는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리같은 선수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유러피언투어가 대회수와 상금수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한 선수들이 대서양을 건너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을 강타한 경제위기는 세계 골프의 지형도까지 바꾸고 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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