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 리버풀 등 최대 280억원 영입 계획…손흥민이 특별한 세가지 이유
SPECIAL 1 예리한 양발슛·탁월한 골 감각 올시즌 벌써 6골…득점 7위에 SPECIAL 2 유년기때 다져진 기본기 진가 축구선수 출신 부친 직접 지도 SPECIAL 3 저돌적 돌파·성실함 ‘차붐’ 판박이 분데스리가 새역사는 이제부터
2010년 10월30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쾰른 라인에네르기경기장의 관중들은 앳된 얼굴을 한 10대 동양 소년의 움직임이 낯설면서도 자꾸 시선이 갔다. 과감한 공격 가담에 위치 선정도 영리했고 무엇보다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 마침내 경기시작 24분 만에 그의 발끝에서 역전골이 터졌다. 팀 역대 최연소 득점.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18세 소년에게 현지 매체들은 “환상적인 골” “소름 돋는 볼터치” “제2의 차범근”이라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어느덧 분데스리가 3년차. 반짝하고 말 것 같던 그가 더 높이, 더 화려하게 날아오르고 있다.
‘슈퍼탤런트’ 손흥민(20·함부르크). 2012-2013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4일 뒤셀도르프와 13라운드 원정경기서 무득점에 그쳤지만 현재 13경기 6골을 기록하며 득점 7위에 올라 있다. 팀 전체가 기록한 12골 중 꼭 절반을 혼자 책임지고 있는 셈. 2014년 6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소속팀은 ‘함부르크의 보물’을 붙잡고 싶어 몸이 달았지만, 이미 리버풀·아스널(이상 잉글랜드) 인터밀란(이탈리아) 등 빅클럽들이 두둑한 자금을 준비하고 손흥민 영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예상 몸값도 2000만 유로(약 279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 스무살 청년 손흥민에겐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한국 축구의 울트라 신세대=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탁월한 골 결정력, 차원이 다른 슛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예리한 양발슛이 가장 큰 무기”라며 “전혀 슛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터지는 과감하고 강력한 슛이 지금의 손흥민을 있게 했다”고 평했다.
게다가 183cm의 장신. 190cm 이상이 즐비한 수비수들 사이에서 헤딩골을 만들어낼 정도다. 올시즌도 오른발 3골, 왼발 2골, 머리로 1골을 뽑아냈다. 축구선수로서 이상적인 신체 밸런스와 근육량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을 만큼 피지컬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정교한 볼터치와 거침없는 전진 드리블, 빠른 스피드, 상대 수비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간결한 동작 등도 그의 플레이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또 하나. 그에겐 선배들에게 없는 자유분방함이 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과 나이는 비슷하지만 그들과 또 다르다. 신세대에서 한 단계 진화한 ‘울트라 신세대’라고 할까. 자유분방함과 넘치는 자신감 등이 그라운드 위에 손흥민 스타일의 플레이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세이셔널’의 8할은 기본기=현지 언론이 붙여준 별명은 ‘손세이셔널’. 그의 성(姓)인 ‘손’과 선풍적이라는 뜻의 ‘센세이셔널’을 합쳤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전혀 센세이셔널하지 않다. 아버지 손웅정(50) 아시아축구아카데미 감독이 “흥민이는 내 기획상품”이라고 할 만큼 ‘축구선수’ 손흥민은 철저하게 계획됐고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기획상품’ 제작과정의 8할은 기본기 다지기였다. 1985년부터 1990년까지 K리그 울산·성남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손웅정 감독은 “나는 축구를 순발력으로만 했다. 기본기가 부실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었다”며 기본기에 훈련시간의 대부분을 쏟았다.
초등학교 3년 때부터 직접 훈련프로그램을 짜 아들을 가르친 손 감독은 중학교 때까지 정식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하루 6시간 이상 오로지 기본기 훈련만 시켰다. 슈팅 연습을 할때도 한번에 100개씩 볼을 놓고 반복적으로 볼을 차게 했다. 170㎝가 안되는 자신의 키를 닮을까봐 우유에 밥을 말아 먹이기도 했다. 지금 손흥민이 “슈팅, 패스 등 기본기는 자신있다”고 말하는 것도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덕이다. 많은 선수들이 때때로 슬럼프를 겪고 추락하지만 손흥민에겐 기본기라는 ‘날개’가 있다. 그 날개 덕분에 손흥민은 기복없는 플레이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그에게서 차붐의 향기가 난다=독일의 축구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는 손흥민에 대해 “차붐의 뒤를 이을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 ‘갈색폭격기’로 분데스리가를 뒤흔들었던 차범근 SBS 해설위원도 “손흥민이 데뷔골을 터뜨린 장면을 봤다. 골 장면이 굉장히 놀라웠다”며 “그 나이 때 나보다 기술도 좋고 신장도 좋다. 기대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많은 독일 축구팬들이 손흥민에게 열광하는 이유도 차붐의 향기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저돌적인 돌파, 과감한 슈팅, 성실함, 부상에도 굴하지 않는 근성 등 여러 닮은점으로 30년 세월을 뛰어넘어 ‘제2의 차붐’ 감동을 느끼고 싶어 한다. 손흥민은 차범근이 레버쿠젠 선수시절이던 1985-1986시즌 17골(34경기·득점4위)의 한국인 최다골 기록 경신도 넘보고 있다.
손흥민은 한 인터뷰에서 “경기 전 ‘나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긴장하지 말고, 성실하게 임하자. 골을 넣을 것 같은 감이 온다’ 등 주문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닮고 싶다는 손흥민. 그가 쓸 분데스리가의 새 역사, 새로운 드라마가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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