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수목극 ‘…착한 남자’ 치명적 러브스토리로 인기몰이

인간 대 인간 선악구도 대신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있는 내면의 사랑·미움 등이 주도

독한 설정·매력적 캐릭터들 극 긴장감 유지·호기심 자극

KBS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는 평범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이고, ‘원수’ 같은 사랑이다. 이게 정상적인 사랑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랑과 비정상적인 사랑을 나누는 기준은 또 무엇인가. 어쨌든 사랑에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멜로,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다.

인간 대 인간의 선악구도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사랑과 미움ㆍ고통ㆍ상처ㆍ용서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 극을 주도해 나간다. 이 점에서 ‘착한 남자’는 이경희 작가가 순수한 첫사랑을 그린 전작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가 아닌 ‘미안하다 사랑한다’나 ‘이 죽일 놈의 사랑’ 계열이다.

이 드라마는 극단적인 상황의 전개가 이어진다. 복수극이 아니라 멜로의 극단이다. 멜로를 통해 복수를 보여준다. 촉망받던 의대생인 강마루(송중기 분)는 순수한 사랑을 나누던 한재희(박시연 분)가 실수로 범한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6년을 보내고 출소한다. 그러던 사이 한재희는 대기업 회장의 둘째부인이 돼 있다.

마루는 한재희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려 했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시궁창 같은 삶을 어린 아들 은석에게는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는 재희의 욕망에 배신만 당할 뿐이다. 한재희는 태산그룹의 수장이라는 명성을 얻고 화려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린 연인이었던 강마루를 이용해야 하고, 서 회장(김영철 분)의 딸 은기(문채원 분)가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강마루는 의도적으로 은기에게 접근했다. 지금은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는 은기는 과거 마루와 나눈 첫사랑의 희미한 기억을 떠올린다.

이 드라마는 사랑과 욕망을 꼬아놓아 질투와 연민ㆍ고통ㆍ미움ㆍ분노ㆍ상처 등의 감정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그런 후 결국 보여주려는 건 사랑의 가치와 인간성의 회복일 것이다.

멜로드라마로서의 설정은 독하디 독하지만 캐릭터들은 썩 괜찮다. 강마루와 서은기, 한재희 등 세 명 모두 복합적이어서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강마루는 나쁜 남자 같은데, 알고 보면 착한 남자다. ‘나쁜 남자’ ‘못된 남자’가 되는 이유는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다.

어머니가 창녀였던 한재희는 순수한 여자였다가 욕망의 화신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근거가 확실하게 제시돼 있다. 자신이 겪은 악몽 같은 인생을 어린 아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는 욕망이다. 그래서 한재희는 연하남인 강마루를 버리고 할아버지 같은 태산그룹의 서 회장에게 갔다.

그녀는 서 회장의 핵심 참모인 안 변호사(김태훈 분)에게도 욕망을 드러내고 정략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돈과 명예를 이어간다. 하지만 한재희도 순애보는 남아 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이 상황을 보면 한재희의 욕망은 단선이 아닌 복합적임을 알 수 있다. 한재희는 한 여자로서의 욕망과 사회적으로 얽힌 욕망,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캐릭터다. 교통사고로 기억이 상실되기 전의 서은기도 강하게 보이려는 건 인정받기 위함이다. 그러나 여자로서 강마루에게 기대고 싶다.

배신과 복수 등 강하게 대비되는 겉으로 드러나는 두 가지 욕망들을 보여주려다 보니 비정상적인 캐릭터 같고, 심지어 막장적 장치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 자극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에 일조하기는 한다. 여자보다 결이 더 고운 미소년 송중기가 보여주는 위악과 순수가 더 많은 여성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착한 남자’는 독하고 극단적인 상황의 설정으로 우리가 평소 잊고 지내던 가치, 사랑했던 존재들과 소중했던 감정들을 다시 기억하게 해준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점점 마력처럼 빠져드는 게 아닐까.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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