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상가 베이컨의 말처럼 아는 것이 힘인 시대가 있었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베이컨의 말은 신앙의 시대를 종결짓고 이성의 시대를 열겠다는 천명이었겠지만 현대사회의 이슈인 정보 문제와 관련해서 본다면 우리는 한동안 베이컨의 저 말에 따라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게 곧 힘, 그래서 20세기는 정보기관과 언론사와 같이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주체들의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정보가 곧 비교우위를 점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폰의 도입과 함께 몰아닥친 SNS 열풍은 곧 정보의 풍요를 넘어 범람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 넘쳐나는 정보 앞에서 당황하고 있다.
가령 당장 사고 싶은 물건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해 보라. 수많은 쇼핑몰이 쏟아내는 다양한 종류와 가격의 제품들 사이를 돌아다니다보면 어느덧 애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쇼핑에 투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가 과연 인터넷 쇼핑이 더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한다고 했는가? 정보 풍요 시대의 역설적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정보 홍수(Information Overload)’를 넘어 ‘빅데이터(Big Data)’의 시대로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보의 가치는 전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며, 빅데이터는 그 흐름을 최대한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주식시장 붕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검색된 시기였던 2009년 9월, 실제로 미국 S&P지수가 폭락하기 시작했음을 상기해보자.
자잘한 정보를 많이 알았던 사람보다 그 같은 ‘질적으로’ 큰 정보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 시장변동에 신속히 대처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요컨대 문제는 정보의 소유 자체가 아니다. 질 높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재가공해 자신만의 콘텐츠로 보유하는 것, 바로 이것이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복잡한 세상, 조금은 단순하게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 덮어놓고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 정보가 나에게 필요한지, 내 입장에서 정보의 활용도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그처럼 질 높은 정보를 보유하고 유통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수많은 상품 정보의 홍수 속에 선택을 망설이게 마련이다. 이에 기업이 그 부담을 덜어주는 시도를 하는 것은 사업적 의무일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손해보험업계에서 동일한 조건하에 소비자가 손쉽게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하여 가입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회사별 보험료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는 재해일 수 있다. 베이컨의 말로 시작했듯, 이번에는 윌리엄 제임스라는 사상가의 말을 빌려 말을 매듭짓자면, “현명해지는 기술은 무엇을 무시해도 되는지 아는 것”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