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지만…그래서 감동적인 종목별 ‘마지막 승부’
유도는 연장전 골든 스코어 펜싱은 우선권 가진 선수가 유리
한국의 기보배와 아이다 로만(멕시코)이 맞붙은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 세트 스코어 5-5 동점에서 단 하나의 화살만이 주어졌다. 기보배에 이어 아이다 로만의 화살도 8점이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그것으로 갈렸다. 같은 8점이어도 같지 않은 이유, ‘슛-오프(shoot-off)’ 규정 때문이다.
양궁 개인전은 5세트까지 3발씩 쏘아 더 많은 세트를 빼앗은 선수가 승리한다.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한 발을 발사해 높은 점수를 얻은 선수가 이긴다. 동점이면 중앙에 더 가깝게 화살을 꽂은 선수가 이긴다.
백웅기 여자 양궁대표팀 감독은 “기보배의 화살이 로만보다 5㎜정도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불과 5㎜에 기쁨과 아쉬움이 극단으로 갈린 것이다.
잔인하지만 그래서 더 감동적인 마지막 승부는 종목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양궁과 마찬가지로 과녁을 맞히는 사격도 똑같이 슛-오프 규정을 두고 있다.
기록 종목인 수영과 육상은 100분의 1초까지 차이를 가리지만 그조차 똑같다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다. 박태환이 남자 자유형 200m결승에서 라이벌 쑨양(중국)과 1분44초93 기록으로 공동 은메달을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신 동메달 수상은 없다.
결승이 아닌 경기에서 공동 순위자가 나오면 재경기를 한다. 보통 오전 또는 오후 마지막 경기를 다 치르고 나서 기록이 같은 선수들끼리 경기를 갖는데 이를 ‘스윔-오프(swim-off)’라고 한다.
이번 올림픽 여자 평영 100m준결승에선 앨리아 앳킨슨(자메이카)과 테라 반 베일렌(캐나다)이 1분07초48로 공동 8위에 올라 스윔-오프 끝에 결국 앳킨슨이 결승에 올랐다.
유도는 화끈한 한판으로 순식간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긴장감을 연장전 ‘골든 스코어’로 이어간다. 5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하면 연장전(3분)에서 먼저 점수를 낸 쪽이 이긴다. 한판이든 유효든 상관없다.
섣불리 공격에 나서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도 1개는 경고에 그치지만 2개를 받으면 1점, 즉 유효를 내준 셈이 된다.
여자 유도 70㎏이하급에 출전한 황예슬이 준결승전 연장에서 지도 2개를 받아 유효패했다. 만약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심판 판정에 맡긴다.
‘최악의 오심’으로 불리는 신아람의 ‘1초’는 펜싱의 독특한 연장 승부 방식을 이해하면 더욱 아쉬움이 크다.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하이데만(독일)과 정규 3라운드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신아람은 연장에서 ‘프리오리테’를 획득해 유리한 위치에 섰다. 연장 돌입 전 임의의 추첨에 의해 결정되는 프리오리테는 일종의 ‘우선권’으로 연장전(1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하면 신아람이 승자가 된다. 시계만 제때 멈췄다면 동점이어도 신아람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