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경남 통영의 작은 시골 산양면에는 초등학교가 하나뿐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교정은 평온해야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25일 아침 산양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과 19명의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오늘이 그동안 함께 자라온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11시40분께.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의 피해자 한아름(10)이를 태운 운구차가 교정으로 들어섰다. 친구가 더 불쌍해질까봐 울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지만, 막상 영정에 친구 사진을 보게되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아름이가 이젠 더이상 아프지 않길…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뛰놀고… 다음에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초등학교 입학 후, 지난 4년을 절친으로 항상 가까이 지내온 친구 김지은(10세)은 눈물을 멈출 수 었었다. 친구가 불쌍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선생님들도 모두 아름이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운동장에 나와있었다. 담임을 맡고 있는 안희정(25세) 선생님의 눈가는 온통 붉게 부풀어 있었다.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가슴을 부여잡고 울기만 했다.

정부와 자치단체를 대표해서 어른들도 학교를 찾았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또다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귀를 기울여 들어줄 사람은 없어 보였다.

친구들과 아쉬운 이별을 고한 아름이의 영정은 친오빠의 손에 안겨 마지막으로 교실을 향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기위해 오고 싶었던, 광포한 몹쓸 어른의 강압에 결코 올 수 없었던 교실이었다.

책상 모서리 네모 모양의 이름표엔 ‘나눔이’라고 쓰여 있었다. 반에서 아름이가 맡았던 역할은 선생님이 주시는 모든 것은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일이었다. 친구들을 위해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수고로움을 특유의 밝은 웃음으로 친구들에게 나누던 아이라고 선생님과 친구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어른들에게 남겨진 숙제,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 25일 발인, 마지막 등굣길 둘러보고 영면
어른들에게 남겨진 숙제,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 25일 발인, 마지막 등굣길 둘러보고 영면

교실을 돌아보고 다시 운구차량에 돌아온 아름이의 영정은 마지막 등굣길의 아쉬움을 달랜 채 쓸쓸하게 교문을 나섰다. 남겨진 교정에서는 늘 웃기만 했던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손을 흔드는 친구들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아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전교생이 모두 76명이었다. 산양면에 사는 모든 아이들이 이곳 초등학교를 다니는 셈이다. 아름이가 떠난 시골 산양초등학교엔 그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것처럼 쓸쓸했다. 76명에서 한 명이 지워진 학적부에 적어야할 답변은 남겨진 어른들이 찾아야할 숙제가 됐다.

이날 아름이를 태운 운구차량은 교정을 나서 통영시립화장터로 향했다. 한줌의 뽀얀 분골로 담겨진 아름이는 그토록 좋아하던 바닷가 양지바른 곳에 뿌려졌다. 평소 바다에서 헤엄치기를 좋아했던 외동딸의 소원을 들어주고픈 슬픈 부정도 함께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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