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상속녀로부터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카라치 커넥션’등 각종 비리 연루 의혹

지난 5월 초 퇴임한 니콜라 사르코지(57) 전 대통령이 사법수사선상에 올랐다. 연임에 실패해 물러난 지 49일 만이다. 마치 권력의 보호막이 걷히기만을 기다렸다는 듯하다. 수사당국의 칼끝이 사르코지를 정조준한 것은 그가 2007년 대선 당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돈 때문이다.

AFP통신 등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이 사르코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불법정치 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프랑스 수사당국은 2007년 대선 직전 사르코지가 세계 최대 화장품업체 로레알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총 400만유로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자금은 사르코지의 보좌관들을 거쳐 사르코지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의 불법선거자금 의혹은 대선 이전부터 불거져나왔다. 프랑스 언론은 그의 면책 특권이 종료된 직후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사르코지의 면책 특권은 지난달 15일 끝났다. 사르코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미 베탕쿠르의 재산관리인 등 몇몇 인사가 구속수사를 받는 등 수사망은 좁혀들어오고 있다. 이는 수사상황에 따라 사르코지가 소환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얘기다.

설사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사르코지가 수사당국의 칼날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그는 파키스탄 무기수출에 따른 사례금 수수의혹인 ‘카라치 커넥션’과,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관련 대선자금 수수 의혹 등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르코지가 에두아르 발라뒤르 대선 캠프 대변인이었던 1994∼1995년에 프랑스의 파키스탄 무기 수출에 따른 커미션이 비밀사례금으로 발라뒤르 후보 측에 건네졌다는 의혹은 이미 상당한 증거들이 확보됐다.

2007년 대선 당시 카다피로부터 5000만유로를 지원받았다는 의혹도 서류상 일부 증거들이 공개돼 언제든 법정으로 갈 수 있는 사안이다. 프랑스 정가에서는 사르코지가 퇴임 직후 사법처리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파리 시장 시절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은 돈이 전직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불행한 역사는 프랑스에서도 되풀이되고 있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