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5분짜리 홍보 영상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

중국 심계서(審計署ㆍ감사원)가 감사를 실기한 결과 2년 전 제작된 철도부 홍보 영상이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고 장이머우 감독에게 낙찰된데다, 무려 1850만위안(약 33억3000만원)이 지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국민 감독’ 이미지가 하루 아침에 땅으로 추락했다.

사회적 비난이 커지자 장 감독은 2일 결국 입을 열었다.

그는“내 이름을 허락없이 넣었다”고 말했다. “다름 사람의 입을 통해 내 이름이 영화 자막에 들어간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주최측 마음대로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름 삭제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장 감독은 “철도부의 영상 제작을 위해 두 차례 회의에 참석한 후 이 작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초안 제작 때 몇 마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철로’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지난 2010년 제7회 세계고속철대회 개막식에서 공개됐다. 지난 몇십 년 간 중국 철도의 성과를 되돌아본다는 주제다. ‘감독 장이머우’라는 자막이 영상 첫 화면에 뜬다.

하지만 완성도나 촬영 기법에서 모두 수준이 저급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장 감독 작품이라고 보기에 전체적으로 너무 단순하고 창의적인 부분도 없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했을 뿐 기술 면에서 큰 돈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 단 몇 만위안이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분당 370만위안(6억6600만원), 초당 6만1600위안(1108만원)인 꼴이라며 어이없는 가격이라고 꼬집었다.

장 감독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장 감독이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것을 안 후에도 이를 묵인한 점 등 때문이다. 또 1850만위안이라는 거액의 행방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장 감독은 이번 일로 유명세만 내세워 돈을 쓸어가는 타락한 예술인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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