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성 私교육 수동적 아이로 키워 당근·채찍 학습법 성취감 떨어뜨려 공부 싫어하면 先공감-後원인진단 문제해결? 자식에 대한 ‘믿음’이 답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갑자기 공부하기를 싫어해요. 꾸준히 하던 학습지도 잔소리를 해야 겨우 손을 댈 정도고, 지금은 다니던 영어학원도 중단하고 본인이 원하는 바둑학원을 보내 달라고 하네요. 남편은 1년이고 2년이고 자신이 의욕이 생길 때까지 그냥 두고 보자는데, 그러다 아이가 너무 노는 것에만 익숙해질까 봐 걱정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 4학년 학부모)

학습 의욕을 잃은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그동안 공부 잘 하던 아이가 갑자기 하기 싫다고 말하면, 대다수 부모는 훈계와 협박성 잔소리, 행동 통제로 막으려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부모들의 행동은 아이의 학습의욕을 오히려 더 잃게 만든다.

아이의 학습의욕을 약하게 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아이 공부를 부모가 주도한다는 데 있다. 교육열 강한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더 그렇다. 아이 공부에 대한 부모의 주도가 학습의욕을 잃게 하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의욕 떨어뜨리는 네 가지 본질적 요인=아이들의 학습의욕을 떨어뜨리는 본질적인 요인으로는 낮은 자존감, 내적 동기 부족, 평가목표 성향, 미숙한 감정조절 능력 등을 들 수 있다. 아이가 학교 시험에서 나쁜 성적을 받게 되면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지게 된다. 성적을 핑계로 부모가 아이를 감시하고 간섭한다면 공부를 열심히 할 마음이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의욕도 그만큼 줄어든다.

내적 동기가 부족해도 공부할 의욕이 약해진다. 평소에 자발적인 공부를 통해 나름의 의미와 재미, 성취감을 자주 느껴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강해진다. 보상과 처벌 중심으로만 아이를 가르치면 진심으로 공부할 내적 동기를 키우지 못한다.

평가목표 성향이 강한 아이들도 학습의욕이 약하다. 이 성향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기대나 반응에 의해 형성된다. 그래서 평가목표 성향의 아이들은 좋은 결과가 기대되지 않으면 스스로 그 공부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감정조절 능력을 제대로 기르지 못해도 학습의욕이 약해진다. 학습량이 많아지고 공부할 내용이 어려워지면 누구나 회피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때 감정을 잘 다독여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려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심한 공부 거부감, 장기간의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자녀가 공부하기 싫은 감정을 갖고 있다면, 분명 어떤 구체적인 사정이 있는 것이므로 인내심을 갖고 잘 찾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에 대한 믿음과 공부추억 심어주면 의욕은 저절로 충전=공부하기 싫다는 아이의 갑작스런 말에 충격을 받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의 관점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부모가 눈치를 못 채서 그렇지 아이는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누적된 자신의 마음이나 감정을 내비쳤을 것이다. 부모가 갑작스럽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그동안 자녀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단 문제가 발생했다면 부모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아이와의 소통이 지금까지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이와의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혹시라도 외부 전문기관에 의존하거나 부모만의 생각으로 대처하고자 한다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천성이 게을러서,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아이도 나름 어려움이 있기에 공부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는 없다. 이런 자녀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줘야 한다. 부모의 공부 통제가 강해지면 아이들은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지만 결국 반발하게 된다. 또 자발적인 요구가 아니라 부모의 강요로 받는 사교육은 아이를 철저한 수동적 학습자로 전락시킨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공부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돌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가 즐겁고 재미있는 공부의 추억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학습의욕이 점점 약해지고 있거나 이미 상당 부분 잃어버린 아이를 놓고 더 공부시키기 위해 아등바등 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 역할의 핵심은 아이의 학습의욕이 가득 충전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공동기획=비상교육공부연구소

[도움말=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장]

<박영훈 기자> /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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