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버버리·토리버치 등 매장에선 눈으로 직접 확인…구매는 20~30% 저렴한 온라인서
#1.무역업을 하는 박종원(38) 씨. 그는 최근 독일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현지 백화점에서 명품 주방용품 브랜드인 휘슬러의 압력밥솥(비타빗 프리미엄 2.5ℓ)을 130유로(한화 약 19만원)에 구입해 아내에게 선물했다. 아내가 국내 백화점에서 점찍었던 모델은 아니었지만, 백화점 판매가격(프리미엄 프로ㆍ롯데백화점 기준 72만원)보다 53만원 정도 저렴해 만족스러웠다. 박 씨는“온라인 사이트에선 백화점과 비슷한 제품을 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출장만 아니었으면 온라인에서 샀을 것”이라고 했다.
#2. 주부 김현지(34) 씨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선글라스 구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백화점을 ‘순회’한 뒤 마음에 드는 브랜드ㆍ모델을 온라인 공동구매 사이트에서 찾아 구입하려고 한다. 그는 “백화점 가격대로 물건 사는 사람은 내 주변엔 거의 없다”고 했다.
지명도 있는 명품 구입을 위해 ‘물건 확인은 백화점에서 하고 실제 구입은 온라인으로 하는’ 쇼핑족이 늘고 있다. 샤넬, 루이비통 등 최상위 명품은 온라인에서 팔지 않지만 구찌, 버버리, 에트로 등 웬만한 브랜드는 품질 차이없이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다. 명품 유모차, 유아용 카시트, 주방용품도 이런 쇼핑 트렌드의 범주에 들어가는 품목들이다.
“마진 많이 붙이는 백화점 얄밉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의 명품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롯데)의 올 4~5월 버버리, 프라다 등 명품 상품군의 매출 신장률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3%로, 예년의 두 자릿수 신장률과 비교하면 사실상 정체된 것인 데 비해 온라인의 활약이 눈에 띈다.
GS샵 인터넷쇼핑몰(www.gsshop.com)은 올해 1~5월에 판매된 명품잡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1% 늘어났다. 인기 브랜드로는 페라가모와 펜디가 꼽힌다. 이들 브랜드는 같은 기간 각각 4억원, 2억원어치가 팔렸다. 30만~100만원의 가방, 지갑 구두가 많이 나갔다. GS샵 관계자는 “우리가 판매하는 명품의 상당수가 직수입품이기 때문에 시중가보다 저렴하고, 쿠폰 무이자할부 등을 통하면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했다.
옥션은 지난해 3월 문을 연 브랜드 패션 전문관 ‘브랜드 플러스’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구찌, 버버리, 토리버치, 멀버리,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해외명품 40여개를 판다.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고가의 프리미엄 유아용품 구매도 백화점보다 온라인을 택하는 경향이 짙다. 인터파크만 해도 지난 3월부터 스토케, 퀴니, 에르고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한 ‘베이비 프리미엄’을 오픈, 백회점 대비 최대 47%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이 코너의 5월 한 달간 매출은 3월 대비 26.9% 증가한 걸로 집계됐다. 실제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주요 품목의 가격은 백화점보다 20~30%가량 저렴했다.
‘선(先) 백회점 순회-후(後) 온라인 구입’을 즐기는 외국계 회사 직원 김동국(37) 씨는 “침대 메트리스도 인터넷 공동구매로 구입한다”며 “세금을 다 내더라도 백화점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 어차피 똑같은 물건 사는 데 품질이 다를 이유가 없다”며 “절약하자는 차원도 있지만 말도 안 되게 큰 마진을 붙이는 백화점에서 사고 싶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구매를 하면 애프터서비스 같은 걸 받지 못하겠지만 그런 거 생각 안하고 지른다”고 덧붙였다.
차별화로 맞불공세 나선 백화점 백화점도 온라인의 위력을 알기에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의 적(敵)으로 온라인몰을 지목하긴 어려운 대목이지만 상승세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롯데백화점이 오픈한 온라인 사이트 ‘엘롯데’는 두 달이 지난 현재 일매출 9000만원에 회원은 50만명에 달한다. 올 4~5월 동안 엘롯데의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다. 롯데백화점 전점의 8%보다 2%포인트 높다. 백화점 명품 고객이 엘롯데로 빠져 나갔다는 걸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수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추세는 가늠할 수 있다.
백화점업계는 그러나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백화점만의 특ㆍ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몰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경기도 좋지 않으니까 고객들이 그 쪽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병행 수입된 물건의 경우 진품인지, 가짜인지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결받을 방법이 없고 이월상품을 파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백화점이 붙이는 마진에는 상품 판매 이후 애프터서비스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돼 있는 데다 신상품 위주로 팔기 때문에 가치소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 구매가 느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며 “그렇지만 백화점에 충성도 있는 고객층이 존재하는 데 우리가 가격을 흔든다면 업태를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것이며,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백화점 할인행사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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