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산 부품 잇단 구매열기…中企현장은 지금
“일본 쪽에서 우리 부품업체에 먼저 만나자고 하는 게 요즘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옛날엔 꿈도 못 꿀 일이었죠.”(자동차 부품 수출 중소기업 임원)
일본의 한국산 부품소재 구매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국내 중소기업 현장도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와 더딘 동반 성장 등으로 어려움은 크지만 최소한 일부 대일 부품소재 업종에선 요즘 신바람이 난다. 특히 엔고로 해외 조달을 적극 고려하던 일본 완성차업체와 철강업체 등이 대지진을 계기로 해외 공략을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 부품소재, 철강판 등이 집중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에 국내 부품소재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일본 대지진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산 수산물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대일 무역 적자 개선의 일등공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 등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일부의 부품소재 파워업(Power Up) 현상은 대지진 후 일시적인 것일 수 있어 보다 장기적인 부품소재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자동차 부품 대일 수출 40% 가까이 급증=올해 들어 대일 부품소재 수출은 초강세다. 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 1~4월간 자동차 부품 수출은 38.8% 급증했다. 무선통신기기(20.4%), 철강판(11.1%), 합성수지(6.8%) 등도 잘 팔렸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ㆍ기아차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함에 따라 일본계 부품 및 소재, 장비업체에 대한 수요 확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고를 피해 해외 조달에 나서고 있는 일본 완성차업체의 수요 증가로 인해 자동차 부품의 대일 수출 증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절대적인 대일 적자를 보이던 전자부품 무역구조도 다소 바뀌었다. 스마트폰ㆍTVㆍ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부문은 과거엔 무라타를 위시한 일본 기업들이 완전 장악했으나 몇 년 새 삼성전기가 강력한 2위로 발돋움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같은 일본 세트업체의 경쟁력 악화가 부품업체들의 체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선전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일부 중소기업의 약진으로도 연결된다. 일진머티리얼즈(대표 허재명)는 2차전지용 음극집전체로 쓰이는 일렉포일(elec-foil) 분야에서 그동안 경쟁해온 일본 업체들을 누르고 지난해 국제 시장 점유율 45%로 1위를 달성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업체들의 생산이 부진해진 영향이 크다”며 “물론 20년 동안 해온 연구ㆍ개발(R&D) 투자와 인력 확보 같은 준비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로봇산업 쪽도 초강세다. 로봇산업의 HS코드나 표준산업분류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정확한 통계로 잡히지는 않지만, 엔고와 대지진으로 일본 기업들의 산업용 로봇 수요가 자국 기업에서 한국 기업으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 콘텐츠 수출 역시 긍정적이어서, NHN재팬(JAPAN)의 경우 현지화에 중점을 맞춘 커스터마이징 전략과 스마트폰 관련 서비스를 강화해나감으로써 대일 콘텐츠 수출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일 무역 적자 개선, 아직 먼 길=부품소재 강세는 장기적으로 대일 무역 적자 개선의 호재다. 올 1~2월 수출 11억30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에 비해 10.8%나 증가한 농수산식품 분야는 일본의 한국산 구매 열풍에 힘입고 있음이 확실해 부품소재와 더불어 대일 역조를 해소할 첨병으로 꼽힌다.
이에 한ㆍ일 합작기업이 늘어나는 등 양국 무역ㆍ경영 패턴도 바뀌고 있다. GS칼텍스ㆍJX닛코닛세키에너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ㆍ우베코산 등의 합작이 대표적이다. 한국 생산 거점을 활용해 일본 본국으로 수출을 추진하는 업체도 늘고 있어 대일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강하다. 대지진 후 일본 내 생산 차질을 빚었던 품목들이 정상화되면서 다시 일본 내 부품업체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무역 환경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경쟁력 강화”라며 “고품질에 바탕을 둔 가격경쟁력 우위 전략을 꾸준히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상ㆍ홍승완ㆍ도현정ㆍ원호연 기자> /ys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