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변해야 한다’는 경영코드를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출근 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고칠 것이 많다”고 인정했다.

공정위 조사 방해와 삼성카드 문제 등 크고 작은 일련의 문제들이 삼성이 일어나면서 전직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글로벌기업과 영속성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음을 다시 내보낸 것이다.

이날은 이 회장의 출근경영 1년(2011년 4월21일)을 코앞에 두고 변화 메시지를 준 것으로, 그의 향후 경영 색깔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삼성 내부를 많이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이 회장은 평소 “항상 새롭게 보고 크게 보고 앞으로 보고 깊이 보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장이 그렇게 방점을 찍는데도 삼성이 작든 크든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직원이 20만명 넘어서고 큰 집단이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다보니 아직도 관행대로 임기응변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이들이 많고, 이들이 삼성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을 자꾸 만든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그렇게 ‘관행과의 근절’을 강조했지만, 아직도 바뀌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향후 이 회장의 경영색깔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이 회장의 시선은 ‘관행과의 전쟁’에 꽃혀 있다는 시각이다. 공정위 조사 방해와 같은 구시대의 행태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의 새 시각을 전파, 이를 전직원에 무장시키겠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이 회장이 출근경영 1년을 기점으로 삼성 내부의 관행 근절, 부패 척결, 준법경영 강화를 휘몰아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당분간 진행할 계열사 사장단 오찬경영을 통해 조직 뿌리까지 물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12일 금융계열사 사장단을 소집, 성장동력 확보 등을 주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삼성의 변화를 재촉구하면서도 이 회장이 형제간 소송 문제를 처음으로 강하게 언급한 것은 주목된다. 그동안 이 회장은 소송과 관련한 입장에는 침묵을 유지해 왔다. 삼성가 소송은 집안 싸움인데다, 이 회장의 위상을 훼손시킬 수 있기에 최대한 자제모드로 임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멘트는 아무리 살펴봐도 ‘작심 발언’이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신중한 입장을 벗어나 강경한 입장을 정한 배경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가장 설득력이 큰 관측은 이 회장이 자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공세 속에 삼성도 막강한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이들을 통해 삼성이 소송을 질 확률이 거의 없다고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물밑에서 타협을 한다면 재산소송 문제는 나중에 다시 불거질 수 있고, 삼성의 글로벌성장세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참에 완전히 소송문제를 털고 가겠다는 ‘정공법 의중’이 확실해 보인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출근경영 1년을 앞두고 무게있는 멘트를 날린 행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얼리버드’로 전환하며 직원들 기강을 다잡고,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집안 군기를 잡으려면 일단 소송에 대한 오너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변인의 말을 경청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이 회장의 발언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며 “소송에 대한 이 회장의 생각은 멘트대로 일관적이었고, 기회가 돼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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