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을 앞두고 지난 몇 개월간 정치권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이어왔다. 정치인들이 표를 좇는 것이야 너무도 당연하며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문제는 표를 얻기 위해 제시하는 공약의 진실성과 실현가능성이다.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적인 약속이다. 공약(空約)이 아니다. 특히 선거로 선출되는 공직자의 약속은 유권자가 객관적ㆍ합리적으로 평가 가능해야 하며, 추진 근거와 실행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공약은 표를 얻는데 급급한 나머지 현실성과 타당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우려스럽다. 세대간, 계층간 이슈를 나눠가며 실현가능성과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은 없는 ‘장밋빛 포퓰리즘’ 공약, 다른 후보나 이전 선거의 공약을 돌려쓰고 베껴 쓴 ‘모방주의’ 공약이 남발됐다.
특히 무상의료, 무상교육, 반값 등록금 등 달콤하기 그지없는 무상ㆍ반값시리즈 공약들이 여야 구분없이 쏟아졌다. 병원비도 공짜, 교육비도 공짜, 대학등록금은 절반이라니 누가 이를 싫다할 수 있을까.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정부는 정치권의 복지공약에 소요되는 예산이 5년간 268조원, 연평균 54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우리나라 1년 총 세수(稅收)의 3분의1, 기업이 내는 법인세 총액의 1.5배, 근로소득세 총액의 3.3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부자증세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가 예산을 절약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복지공약의 실천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늘어나는 세금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부자증세를 하고 수익이 높은 기업의 법인세를 25%로 올려도 세수는 연간 약 4조원 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전체 근로자의 40%는 근로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결국 나머지 60% 근로자와 중소기업에까지 부담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세수확보를 위해 조세저항이 적은 부가가치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저소득층의 부담까지 증가한다는 점에서 대안이 되기 힘들다. 복지수준이 높은 유럽 국가들의 부가가치세율은 우리나라의 두 배에 달하는 20% 수준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정부 부채를 증가시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 지금 세대의 안위를 위해 우리의 아들ㆍ딸들에게 부담을 지워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장밋빛 포퓰리즘 공약은 실현되기도 어려울뿐더러, 시행된다 해도 누군가는 그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현세대냐, 아니면 다음 세대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총선이 왔다. 어느 후보의 공약이 보다 현실성 있고 경제원칙에 충실한지, 지속적으로 실천가능한지를 냉철하게 봐야 한다. 자칫 경제적 혼란을 부추기고,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 후세대에게 암울한 미래를 물려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투표장에서는 국론을 통합하고 국민을 아우르며, 우리 경제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현명한 유권자가 돼야 한다. 현명한 유권자가 우리나라의 미래와 정치를 바꿀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