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에도 성별이 있을까? (Les cartes bleues ont-elles un sexe?)
2년 전쯤 브레드 방크 포퓔레르 은행과 마스터카드 사는 ‘브레드 어피너티(Bred Affinity)’란 이름을 가진 여성용 특별 신용카드를 만들어냈다. 가죽 같은 느낌을 주거나 혹은 무지갯빛의 이 카드는 마치 패션 액세서리 같다. 일종의 젠더 마케팅이다. 이는 우리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젠더 마케팅’은 남자나 여자라는 특별한 성에 우선적으로 어필하는 제품을 내놓고 판매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감미료가 첨가된 달콤한 소다수를 예로 들어보자. 겉멋이 든 우스꽝스러운 아가씨, 다이어트에 강박증을 느끼는 여성을 위한 버전은 ‘다이어트 코크’다. 반면 남자는 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꺼린다.
내가 가벼운 것을 즐긴다고? 천만에. 남성성을 따지는 마초를 위해서는 우락부락한 버전이 따로 있다. 검은 색깔에 보다 강한 맛을 느끼게 해주고, 근육질 외관을 가진 전투적인 이름을 가진 ‘코카 제로’다.
이들이 획기인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제조회사도 시대의 유행에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옴니뱅 사는 ‘사랑의 목마름’이란 뜻을 가진 ‘수아프 드 쾨르’란 와인을 출시했는데, 여성을 위해서는 핑크빛 병, 남성을 위해서는 푸른색 병에 넣은 포도주다. 병은 회사가 만들어낸 만남의 장소로 되돌려 보내진다.
흥미로운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다논 사는 소녀를 위해 사탕색과 은색을 한 특별 요구르트를 상업화했는데, 제품은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수화 크림처럼 소개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우리 주변의 각 제품은 개인의 필요와 기대치에 부응하고 있는 중이다. 제품은 고객을 배려하는 정도를 거의 희화적인 수준까지 밀어붙인다.
소녀가 작은 방광(?)를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펩시는 적은 용량의 캔을 출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에 따라 병 사이즈는 1.5ℓ에서 1ℓ로, ‘슬림’ 버전은 0.33ℓ 0.25ℓ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제품은 분홍, 흰색, 하늘색 등 아주 ‘소녀적인’ 색깔을 띠고 있다. 파스텔 색조에 부드럽고 귀엽고 달콤한 색을 여성은 자신과 동일시하는 게 놀랍다. 하지만 결과는 긍정적임에 틀림없다. 판에 박힌 이미지가 생명력이 더 긴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디자인 에이전시 드라공 루즈 사의 소피 로메 사장은 ‘스트라테지’란 잡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맞춤형과 개성이란 마케팅의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소비자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것이 마케팅과 직결됩니다.”
여성을 위해 상품 외관을 핑크빛으로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섬세한 관찰일까, 아니면 천박한 단순화일까.
나는 한 미국 감옥에 수감된 죄수의 사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감옥에서 죄수에게 핑크빛 의복을 강제로 입힌 후부터 폭력 수위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동성애자란 의미를 내포하는 하나의 색깔, 즉 핑크빛이 그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이들이 필요했다는 얘기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처럼 온순해진 죄수는 자신에게 끔찍한 폭력이 가해진 사실에 대해 항의했다. 추잡스럽게도 자신들을 여성화했다는 것이다.
기계주의와 폭력을 조장하는 문명은 가장 스테레오 타입화한 방식으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강조한다. 그런 다음 정작 결과에 놀란다. 자신이 사나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남자들은 미군 남자 병사 이미지를 닮으려 애쓴다.
수컷과 암컷 사이의 대결에 대해 극도의 중요성을 부여하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남자가 분홍색을 착용하는 데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모호성을 강조해온 이런 문화 속에서는 남자는 무엇보다도 복잡하고 다형성을 지니고 있으며, 변화무쌍한 존재다.
만약 일본 남자가 핑크빛 신용카드를 본다면, 그들은 자신을 위해 기꺼이 카드를 보유하려 들 것이다. 거세에 대한 그 어떤 콤플렉스도 느끼지 않으면서 말이다. 실제로 일본인은 몸매가 좋지만 텅 빈 머리를 한 켄 인형, 금발머리 미녀인 바비 인형의 클론에 지나지 않는 서구인보다 훨씬 더 많은 재능과 취미를 갖고 섹스를 즐기고 있다.
(이미지는 히우미 이글루스닷컴 사진)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