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서림 30일까지
해마다 연말이면 ‘시(詩)가 있는 그림전’을 개최해온 서울 청담동의 갤러리서림(대표 김성옥)이 올해도 어김없이 전시를 꾸몄다.
그 자신 화랑주이자 시인이기도 한 김성옥 대표는 지난 1987년 화가들에게 평소 좋아하는 시를 그림으로 그리게 한 뒤 이를 모아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어느새 25회를 맞게 됐고, 이제 갤러리서림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브랜드가 됐다. 한국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한 일본 언론인은 자신의 저서에 이 시화전을 ‘서울의 명물’로 소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출품작들은 글자가 들어가지 않는 시화(詩畵)로, 서림이 1987년 처음 시도한 이래 요즘엔 많은 작가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 선조가 즐겨 그리던 전통 시화는 ‘시서화 삼절(三絶)’이라 해 글(문장)ㆍ그림ㆍ글씨(서예)가 하나로 조화된 형태였지만, 유화물감 등을 사용하는 현대작품에선 글자가 회화성을 방해하기 쉬워 시를 이미지만으로 수용하게 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팔순을 맞은 원로 시인 박희진의 시가 작가들의 그림과 함께했다. 오는 23~30일 열리는 전시에는 박돈, 박철, 김광문, 노태웅, 이희중, 김선두, 정일, 금동원 등 13명의 작가가 박희진 시인의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동양화, 서양화, 설치 등 20여점을 내놓는다.
원로 화백 박돈은 박희진의 시 ‘해돋이’를 테마로, 바다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과 말을 타고 달리는 소년을 곁들인 작품을 출품했다. 광활한 바다 풍경과 비마에 올라 피리를 부는 소년은 박희진 시인의 시에 표현된 대우주 교향악을 들려주는 듯하다. 서양화가 이중희의 ‘첫 모란’은 한 화면에 모란꽃을 강렬하면서도 자유분방한 필치로 형상화해 박 시인의 시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피아니스트 한동일 씨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한지작가 박철의 작품은 올록볼록한 한지 질감이 잘 살아난 작업으로 시, 그림, 음악 등 세 장르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 또 황주리는 풍부한 상상력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감성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정일은 아름다운 꽃들이 떨어지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출품했다.
김성옥 대표는 “그간 24회의 전시를 거치면서 모두 446편의 시를 106명의 화가가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등으로 형상화했다”며 “화가들이 시를 다시 읽고, 시인들은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아름다운 만남의 자리가 됐음을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무료 관람. (02)515-33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