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생각이 기업 기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연말연시면 이어지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김장, 헌혈 등 대중화된 기부 방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의 특성에 맞는 색다른 이웃 돕기를 실천하게 된 것.

IT서비스기업 LG CNS가 올 해 처음 진행한 ‘사랑의 PC보내기 운동’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랑의 PC보내기 운동은 더이상 쓰지 않는중고 컴퓨터를 기증해 수리를 거쳐 취약계층 및 지역아동시설 소속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기부 프로그램이다.

이 컴퓨터 기부 운동은 한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LG CNS 경영정보팀 최재녕(36)과장은 올해 사내 직원 자치 조직인 미래구상위원회 사회공헌 분과장을 맡으면서 연말이면 연례 행사처럼 이뤄지던 김장 나누기, 헌혈 행사 등이 전부였던 연말 기부의 내용을 바꿨다.

최 과장은 “한국IT복지진흥원에서 PC 기증 행사를 한다는 사실을 듣고 ‘우리회사가 하면 딱 맞는 봉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임직원 6000명 중 1%만 참여해도 60대의 컴퓨터를 기부할 수 있으니 IT 소외계층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단 생각에 기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내 홍보를 시작했다. “오래된 컴퓨터나 더이상 쓰지 않게된 컴퓨터를 클릭 한번으로 취약계층에게 기부할 수 있다”며 직원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도 준비했다. 기부에 참여한 직원 수 맞추기 등의 이벤트를 통해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2주 정도의 모집 기간에 128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자발적 참여라는 측면에서 한마디로 ‘대박’이 난 셈이다. 기증된 128대 컴퓨터 중 수리를 거쳐 사용이 가능한 100대의 컴퓨터가 지난 달 남산원 등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직원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최 과장은 “굳이 예전에 하던 연말 기부 프로그램을 바꿀 필요는 없었다. 계획에도 없던 일이었다보니 주변 사람들 중에선 ‘이걸 왜 해야하나’라고 묻는 분도 있었다”며 “하지만 강하게 추진을 하며 설득했다. 추가 비용이 들지도 않고 무엇보다 누구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개인 업무만으로도 바쁜 샐러리맨이 기업 기부문화 선진화에 적극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엔 2004년부터 1년여동안 중국 칭다오에 체류하며 목격한 일부 ‘어글리코리안’의 부끄러운 모습이 있었다.

최 과장은 “이전 직장에서 해외 프로젝트 차 중국 칭다오에 1년 동안 머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조선족 등 지역 주민들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일부 한국인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며 “ ‘저 사람들이 일부 한국인들의 그릇된 모습을 한국 전체의 모습으로 생각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생겼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2006년께 그는 부천외국인노동자학교에서 IT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에서 온 이주결혼여성이나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매주 주말마다 2-3시간씩 엑셀 등을 가르쳤다.

2년 여간 봉사를 통해 그는 우리 사회에서 IT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때의 경험이 결국 ‘사랑의 PC보내기 운동’을 실천하게된 자양분 역할을 했다.

“봉사나 기부도 분야가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 자신이 가장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하면 어렵지 않게 나눔을 실천하며 보람도 느낄 수 있다”는 최과장.

그는 “올해 시작한 PC나눔운동이 더욱 확산돼 내년에는 더 많은 아동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박수진 기자@ssujin84> / sjp10@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