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 마련은 뒷전으로
각국 원색적 비난만
英-佛도 갈등 연일 고조
EU 분열위기 속 비관론 증폭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EU 정상회담 이후 신재정협약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각국 수뇌부가 설전을 거듭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 재정난이 심화한 가운데 독일ㆍ프랑스와 영국 등 위기 해결에 나서야 할 경제대국은 대립각을 세우며 ‘네 탓 공방’ 중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다툼으로 유럽 정상들이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정상들 설전…EU 분열 위기=EU 신재정협약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의 갈등이 연일 고조되면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은 EU 재정감독 권한을 강화한 신재정협약을 주도했고, 지난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을 제외한 26개 회원국은 모두 합의했다.
이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제임스 캐머런 영국 총리에 대해 “고집불통 어린애”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사르코지 대통령은 “EU 어느 회원국도 캐머런의 거부권 행사를 지지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영국이 신재정협약에 반대하자 “(영국 때문에) 유럽은 이제 두 개가 됐다”면서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캐머런 총리는 표면적으로는 “EU 회원국 유지는 영국 국익에 부합한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그러면서도 신재정협약에 미온적이던 아일랜드ㆍ스웨덴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신재정협약 반대 연대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시장에 부정적 정서가 퍼지는 데 한몫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14일(현지시간) 내년 7월 출범하는 유로안정화기구(ESM) 기금의 규모를 5000억유로에서 더 확대하는 데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 이는 ESM 등 구제금융 펀드 규모를 더 확대하기를 원하는 다른 EU 정상과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 시장에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본드 발행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직매입도 “안된다”고 재확인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ECB가 국채 매입을 확대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드라기 총재는 15일 시장의 유로존 구제 요구에 대해 “유로존 내 과도한 채무를 진 국가를 위한 외부의 구원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영국부터 등급 내려라”=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이자 ECB 집행이사인 크리스티앙 노이어는 “(프랑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은 경제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프랑스보다 인플레이션율이 높고 재정적자가 심하며, 국가 부채도 더 많은 영국부터 먼저 등급을 하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유럽 25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노이어 총재는 “프랑스의 ‘AAA’ 신용등급 강등은 타당하지 않으며 국제신용평가사가 경제보다는 정치에 더 기초해 등급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난주 EU 정상회의와 관련해 신평사가 “새로운 조치가 없었다”며 EU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것에 대해 “시장의 긍정적 분위기를 약화시키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신평사의 결정은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렵고 비이성적으로 되고 있다”며 “신평사는 제대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