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FTA’를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 고생은 유독 심했다. 집권초반 ‘쇠고기 파동’도 따지고 보면 한미FTA 비준이 원인이었고, 이후 미국의 재협상 요청 수락으로 국회파행을 겪어야 했다. 한ㆍ미FTA 체결 이후 ‘4년 7개월’만에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이 대통령의 마음은 여전히 조급했다.

‘한ㆍ미 FTA’ 국회 비준안 통과 하룻 만인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장ㆍ차관 10여명이 참석하는 ‘한ㆍ미 FTA’ 관련 긴급 관계장관 회의가 소집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통과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략) 여야 모두 국익을 챙기자는 마음은 같다고 믿는다”면서 “(한미 FTA 비준이) 4년7개월 걸렸지만 어쩌면 그 시간동안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을 챙기는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이날 회의의 주요 관심사항은 농어업과 소상공인 등 주요 피해산업에 대한 보상대책과 ISD등 국회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한 후속조치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히 농민과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반대의견을 포함해서 국회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과(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이 지난 8월 발표한 ‘한ㆍ미 FTA경제적 효과 재분석’에 따르면 농수산업 부문 피해액은 향후 15년간 12조 7000억원이 될 전망이며, 이중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품목은 축산품(7조 2993억원)으로 예상됐다. 당초 정부는 향후 10년간 총 21조 1000억원을 투입하는 피해대책을 마련했다. 시장 개방으로 인한 단기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1조 3000억원을 지원하고, 각 품목 경쟁력 강화를 위해 7조원, 농어업 체질개선 분야에 12조 8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단순 피해보상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차원의 FTA 대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FTA체결로 농업피해를 우려하고 있지만 피해보상이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민도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적극적 자세를 갖는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덴마크나 유럽보다 못할 이유가 없는 만큼 농민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고, 그런 자세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를 방문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약속한 대로 여야 대치의 핵심 쟁점이었던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문제를 포함해 한ㆍ미 FTA의 조항을 놓고 재협상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국회가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대통령이 얘기했던 만큼 협상 내용은 향후 국회 논의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일각에선 기업이 ISD를 통해 소송을 제기할 때 밟게 될 절차를 까다롭게 하도록 미국측에 요구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FTA통과와 관련해 4년 7개월이 걸렸지만, 그 시간동안 정부가 미처 철저히 챙기지 못했던 것을 챙기는 기회였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를 소흘함이 없도록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말해 ISD관련 문제들을 다시 한번 논의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아울러 22일 한미FTA 비준안 통과에 따른 하위법령 개정과 준비완료 서한교환 등의 절차도 남아있다. 22일 여당은 비준안과 함께 지방세법ㆍ독점규제ㆍ공정거래법ㆍ약사법 등 14개 이행법안을 처리했지만 이들 법안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손보는 작업이 남아있다.

한편 긴급대책 안건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FTA비준안 처리 이후로 미뤄놓았던 인적쇄신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10ㆍ26 재ㆍ보선 결과에 따른 청와대 인적쇄신이 주목된다. 선거 직후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이 국정운영 기조 전환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예상된다.

이대통령의 임기 후반부를 마무리할 행정부 진용도 새로 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 기간 늦춰진 차관 인사가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랫동안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차관들이 오선 대상”이라며 “12월 내년도 업무보고 이전에 인사를 마무리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