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쪽이나 되는 ‘스티브 잡스’의 메시지는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 있다. 전기에서 잡스는 사생아란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때로는 많은 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마키아벨리를 연상시키는 냉혹한 사업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약을 하고 선불교에 심취하고, 자신이 만든 회사에 쫒겨나고,아이폰으로 상징되는 전세계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이 인물의 드라마 같은 전기의 대부분은 마지막 페이지를 위한 ‘보조장치’다.

죽음에 직면한 잡스가 어느 화창한 오후 자신의 집 뜰에서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얘기한다. “죽은 후에도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 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한동안 말이 없다가 입을 연다.“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실제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아이폰의 스위치 위치를 보면 잡스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성공비결은 죽음에 대한 성찰에서 보여지 듯 인간에 대한 이해 같은 인문(人文)학적 통찰에 기술을 얹은 데 있다.

전기를 보면서 의외인 것은 잡스가 우는 장면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다. 잡스는198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 (person of the year)’ 로 자신이 선정될 것이란 확신에 차 있는 장면이 나온다. 당연히 표지에 자신이 실릴 줄 알았던 잡스는 컴퓨터를 조각해 놓은 모습을 보고 실망하고 기사 내용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해 올해의 인물은 잡스가 아닌 ‘컴퓨터’였다.

한해가 마감되면서 앞다퉈 올해의 인물을 뽑지만 가장 권위있는 것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이다.잡스도 당연히 후보로 올라가 있다. 잡스가 선정되면 세상을 떠난 인물로는 처음이다.타임 온라인 후보투표에서 22일 현재 잡스는 찬성 63%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의 인물은 컴퓨터처럼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었고, 2006년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평범한 사람들인 ‘당신(You)’가 선정됐듯 불특정 다수가 뽑히기도 한다. 올해의 인물 투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1%’ 대 ‘99%’다. 탐욕과 부패를 상징하는 ‘1%’는 반대가 88%로 안됐으면 하는 후보 1위다. 반면 1%에 대항하는 월가시위대인 ‘99%’는 79%의 지지를 받아 올해의 인물 1위를 기록하고 있다.중동의 젊은 시위대도 온라인 투표에서는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올해의 인물은. 11월 22일 최루 분말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대한민국 국회가 후보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무역규모 1조달러의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에서 경제영토를 넓히자는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최루액이 난무하고 입을 틀어막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유력수상자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윤봉길 의사의 심정”으로 국회를 폭파하고 싶었다는 김선동 의원도 후보로 손색(?)이 없다.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좋건 나쁘건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선정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철수 교수도 후보로 꼽힐만 하다.노회한 정치인이란 비판도 나오지만 사람을 읽어내는 통찰은 잡스 못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마지막 달이 눈앞이다. 추워지는 데 경제를 생각하면 스산해 진다.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누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것인가’라는 2012년의 질문에 대한 답은 2011년 오늘에 있다.

전창협 디지털뉴스부장/jljj@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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