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장에서 본 기대효과는

한ㆍ미 FTA의 국회 비준을 계기로 소비자들은 적지 않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일 및 육류 등 생필품 가격이 내려가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또 앞선 법률ㆍ의료 서비스 도입으로 국내 서비스 시장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더 다양한 콘텐츠 교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쌀 쇠고기 돼지 등 농축산업계의 일부 피해가 예상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문화 부문에서는 콘텐츠가 빈약한 영세 PP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장 우려된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ISD 조항이 우리 영화와 방송사업에 적용될 수 있어 관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체리·청포도 등 무관세 수입

쇠고기는 15년간 단계적 폐지

맥주·치즈 등 관세 혜택 불구

시장 체감효과는 미미할 듯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미국산 육류와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와인시장도 유럽산과 칠레산에 이어 미국산 와인이 관세 부담을 덜면서 본격적인 3파전이 열릴 전망이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희소식은 오렌지와 체리, 청포도 등 과일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체리는 24%, 건포도는 21%의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현재 500g당 1만원대인 체리가 7000원대로 값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렌지는 50%의 관세가, 청포도는 45%의 관세가 떨어지지만 국내 농가들의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계절별로 수입 시기를 조절해놓은 품목이다. 국내에서 오렌지가 나오지 않는 시기에는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저렴한 가격으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쇠고기는 앞으로 15년에 걸쳐 40%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소비자들은 반길 만한 소식이지만 한우 농가에는 큰 시름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한우 값이 많이 떨어졌는데 미국산 쇠고기와의 가격차가 더 벌어지면 한우 소비가 더 위축돼 농가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냉동 돼지고기는 25%의 관세가 2016년까지 철폐된다. 냉장 돼지고기는 22.5%의 관세가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돼 ㎏에 1만3000원 선인 미국산 생삼겹살은 1만원대까지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산 돼지고기는 올해 구제역 여파로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른 틈을 타고 소비자들과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터라, 가격 이점까지 얻게 되면 국내 시장점유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돼지고기의 점유율은 지난해 27.4%에서 올해 33.8%까지 증가했다.

주류 중에서는 와인은 15%의 관세가 바로 철폐된다. 교육세, 주류세 등 부가적으로 붙는 세금이 낮아지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가격 인하 효과는 15%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측이다. 미국산 와인이 관세를 떨궈내게 되면서 와인 산지 ‘빅3’인 프랑스, 칠레와 더불어 본격적인 3파전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단, 맥주는 30% 관세가 없어지지만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소비자 체감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는 오비맥주가 국내 소비 물량을 광주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식이어서 FTA 영향을 받지 않는다.

치즈도 36%의 관세가 철폐되지만 10~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떨어지는 방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치즈는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데다 국내산과 유럽산 등 다른 산지의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많아서 FTA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m.com

美·국내 로펌 합작 설립 가능

법률 서비스 문턱 낮아질 듯

세무·회계·우편서비스도 개방

교육·의료등 공공분야는 유보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으로 소비자들의 혜택이 대폭 확대되는 분야 중 하나가 법률 서비스다.

한ㆍ미 FTA는 미국 변호사 자격 소지자의 국내 자문 서비스를 허용했다. 법률 서비스는 3단계로 개방된다. 우선 1단계로 미국 변호사들이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외국법자문사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진출한다. 국내 법률시장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낮아진 법률 서비스 문턱을 경험할 수 있다.

한ㆍ미 FTA 발효 2년 후에는 미국로펌이 외국법과 국내법이 섞인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 발효 5년 후에는 외국로펌이 국내로펌과 합작사업체를 설립해 국내 변호사 고용이 가능해져 기업들의 법률 서비스 이용 편의가 커질 전망이다.

세무ㆍ회계 분야도 법률 서비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개방된다. 발효 후 즉시 미국의 세무ㆍ회계 자문 서비스가 국내에서 허용되고, 발효 5년 후에는 국내 회계ㆍ세무 법인에 대한 미국 회계사ㆍ세무사의 출자가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폭넓은 서비스 선택권을 갖게 된다.

우편 서비스시장에도 민간 사업자의 진출기회가 열린다. 중량 350g 초과 또는 현재 250원인 우편 기본요금의 10배를 초과한 서신이 개방돼 소비자들은 다양한 우편 서비스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공교육, 의료, 사회서비스, 수도ㆍ전기ㆍ가스ㆍ생활환경 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의 개방은 유보됐다. 한ㆍ미 FTA 협정에서 양국은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시장접근 제한조치의 도입 금지, 현지주재 의무 부과의 금지 등 네 가지 의무를 적용했지만 도박ㆍ금융ㆍ항공운송ㆍ정부조달 등은 제외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 한ㆍ미 FTA 반대론자들은 FTA가 발효되면 결국 의료와 교육 분야 등도 점차 개방할 수밖에 없어, 공적 의료와 공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복지 서비스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m.com

PP 외국인 간접투자 100% 허용

비지상파 국내물 편성쿼터 축소

저작권 침해 관련 제재 강화

대중음악 분야선 일단 환영

▶방송

유료방송시장에서 채널 다양성이 높아져 볼거리는 풍부해지지만, 국내 영세 PP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가 보도채널, 종합편성, 홈쇼핑을 제외한 모든 PP에 대해 100% 허용되기 때문이다. 외국방송사의 직접 투자는 현행대로 지분 49% 이내로 제한을 받지만, 국내에 법인을 설립해 투자하면 지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예컨대 미국 MTV의 한국법인 MTV코리아가 여러 개 PP를 보유한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외국인 의제’ 조항은 한ㆍ미 FTA 발효 후 3년간으로 유예기간을 뒀다.

또한 현재 비지상파의 국내물 편성쿼터는 애니메이션 35%, 영화 25%에서 각각 30%, 20%로 낮아진다. 반면 수입물 편성쿼터는 1개국 편성쿼터를 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의 경우 수입물 총량의 60%로 제한했지만 앞으로 80%로 완화된다.

▶출판 및 지적재산권 분야

미국과 체결한 FTA의 저작권 보호 범위와 강도는 한국 내 관행이나 과거 체결한 협정과는 큰 차이가 난다. FTA에 따라 한국에서도 미국 내와 똑같은 저작권 관련 법과 관행이 적용돼야 하며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단속과 피해보상제도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상업적 규모 이상의 저작권 침해 시에는 권리자의 신고 없이도(비친고) 처벌이 가능해짐에 따라 출판, 영상, 음원 등의 복제 및 배포가 한층 엄격하게 제한된다. 반면 국내 웹튠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해외 사이트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웹튠이 보호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

▶영화, 가요 부문

이번 FTA에서 가장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투자자ㆍ국가제소권제도(ISD)는 정부의 방송ㆍ영화 진흥ㆍ지원 정책에 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문화적 예외’가 적용돼 국가적 차원의 문화산업 진흥정책이 당장은 ‘미래유보’ 조항이 됐지만 언제든지 분쟁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중음악 분야에선 환영의 목소리도 있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50년에서 70년까지로 연장되고 저작권 관리가 강화됨에 따라 국내 음악저작권 업계가 혜택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외 음반, 음원 등을 들여올 때 로열티를 더 많이 줘야 하므로 ‘사회적 비용’이 더 늘어날 수는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