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열망을 품은 도전 (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오른쪽으로 기나긴 론강이 흐르는 도시, 고색창연한 생타폴리네르 대성당을 정점으로 하여 론강으로부터 계단식으로 건설된 아름다운 도시. 플로방스 지역으로부터 북쪽으로 뻗어있는 ‘태양의 도로’ 끝자락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아담한 도시… 발랑스.
유호성이 몬테카를로 랠리의 시발점인 발랑스에 도착한 때는 이미 해가 서편으로 기울어갈 무렵이었다. 그는 머릿속을 오가는 상념 때문에 비행기에서 한 순간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니 머릿속엔 온통 지푸라기가 그득 들어찬 듯해서 건드리기만 해도 서걱서걱 소리가 들려올 지경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 상념의 대부분은 함께 팀을 이룬 코-드라이버 전진후로부터 비롯된 걱정이나 다름없었다. 마치 구둣솔을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 턱 언저리에 수염을 잔뜩 기른 사내, 어찌 보면 레슬링 선수 같기도 하고, 다시 보면 도축업자 같기도 한 그 작자는 말수도 별반 없어 보였다. 하지만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이 있는 법, 끗발로 따지자면 코-드라이버 인 그 작자보다 유호성이 한 끗발 높았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전혀 달랐다.
“배고프지 않수?”
인천 공항에서 수인사를 나눈 이후, 처음으로 들어보는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유호성은 화들짝 놀랄 지경이었다. 배고프다는 작자가 웬 목소리는 그리도 큰지.
“고프지요. 하루 온 종일 굶었으니까.”
“랠리를 뛸 사람이 아무 음식이나 잘 먹어야지. 그렇게 입이 짧아서야 쓰겠소? 비행기에서 준 밥은 어째서 안 먹은 거요?”
“원래 기내식은 잘 안 먹어요. 냄새도 싫고…”
“허! 참. 앞길이 노랗군. 당신 드라이버 맞아? 난 말요, 다카르 랠리 뛸 때에 사막에 갇혀서 오줌도 받아 마셔봤어. 날 따라 오슈. 마침 저기에 ‘피크’라는 레스토랑이 있소. 유명하다구. 별 셋 달린 요리사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 곳이라오. 여기선 잘난 요리사 마빡에 별을 붙여주거든?”
“밥은 무슨 밥, 어디서 커피나 마십시다.”
유호성이 그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일종의 헤게모니 쟁탈전이었다. 밥을 먹느냐 마느냐 하는 유치한 내용이었지만 이 다툼에서 지면 기선을 제압당한다는 생각에 유호성의 몸짓은 완강했다.
“이봐, 애송이! 성질 건드리지 말고 따라오라고.”
유호성은 찔끔 했다. 그가 눈을 부라리자 턱 언저리에 붙어있던 수염이 일제히 고슴도치 바늘처럼 일어서는데… 그 기세에 눌려 아무런 항변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이 노랗게 보일 뿐이었다. 앞으로 무려 한 달이 넘도록 조를 이루어 함께 생활해야 할 파트너 앞에서 일순간에 애송이로 전락하다니.
“아, 그럴까요? 그럼…”
유호성은 식겁을 한 채 졸졸 그의 뒤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피크’라나 뭐라나, 요리사가 별 셋을 단 고급 식당이었다.
“이 시골구석에 있는 식당을 어떻게 알아요? 전에 한 번 와보셨나요?”
토마토 소스가 벌겋게 비벼진 스파게티를 먹으며 유호성은 이렇게 물었다. 그저 대충 물어본 말이었다. 하긴 달갑지 않은 상대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러자 전진후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에 온 게 벌써 다섯 번째요. 몬테카를로 랠리에 다섯 번째 출전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지난 네 번 동안 단 한 번도 완주한 적이 없단 말이지. 돈 없고 빽 없어서 매번 코-드라이버 자격으로만 왔는데… 올 때마다 드라이버들 실력이 변변치 않았단 말이요. 실력도 없으면서 꼴에 내 말은 듣질 않더라고. 그래서 이번엔…”
성질을 참으려는 것인지 전진후는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내뱉었다. 그 앞에서 유호성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어쩌겠다는 것인지…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