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이 다급해졌다. 결혼 성수기철을 앞두고 식장보다는 전셋집부터 구해야 할 상황이다. 올초부터 예견됐던 전세대란이 눈앞에 닥치고 있는 까닭이다.

부동산 시장 장기침체로 민간 건설사들의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세물량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긴 했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의 경우 시공능력 10위권 이내 대형건설사의 공급실적은 총 3만533가구로 연간 공급예정 물량의 36.4%에 그쳤을 정도.

하지만 이를 가중시킨 건 집값 하향세에 따른 거래 실종이었다. 잠재적 매수 수요자들도 전세 수요자로 돌아서면서 기존 전세물량을 상당 부분 소진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800가구 규모의 서울 강남권 재건축ㆍ리모델링 아파트 주민들도 올가을 안에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상황이라 강남발(發) 전세난은 서울 전역, 더 나아가 수도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자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서울에서 3.3㎡당 전셋값이 1000만원이 넘는 가구수는 총 21만5928가구로 전체 전세물량 124만여 가구의 17.31%나 됐다.

수치보다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청실ㆍ우성 아파트 이주가 본격화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전셋값은 수개월새 수억원이 뛰었다. 그래도 전셋집을 찾기가 어려워 주변 중개업소에서도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나 다름없다”고 토로하는 지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도 지난달 전월세 대책을 새로 내놨지만 실효성은 의문으로 지적된다. 수도권 매입임대 사업자에 집 한 채만으로 임대사업을 할 경우 양도세를 무겁게 물리던 것을 면제하고, 주거형 오피스텔도 임대사업 등록을 가능케해 임대사업 물량을 늘려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 하지만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성이 제대로 설정됐다는 것 외에는 이번 가을에 불어닥칠 ‘전세대란’ 앞엔 힘을 못쓸 전망이다.

오히려 임대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커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출구를 마련해줬다는 비판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야속하지만 올 가을 전세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공급이 적은 데 반해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니 가격이 뛰는 게 당연한 논리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매매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전세난 안정시까지 공공 주택 공급을 자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이르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 섣부른 부동산 대책이 이를 악화시킬 우려도 있어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예비부부들의 시름만 깊어가는 가을이다.

<백웅기 기자 @jpack61> kgung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