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체육시설인 당구장에 스물스물 자리잡고 있는 불법 사행성 게임기 ‘체리마스터(Cherry Master)’가 수십년째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달 1일 대구 서부경찰서는 당구장 내에서 불법 게임기를 운영한 업주 김모(48) 씨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대구 서구 중리동 자신의 당구장 내에 사행성게임기인 체리마스터 2대를 설치, 불법 운영해 오다 지난달 30일 적발됐다.
이런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당구장 업주가 체리마스터를 들여놨다 당국에 적발되면 많게는 300만~500만원의 벌금과 함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매해 전국적으로 적발 건수가 수백건에 이른다.
체리마스터는 91년 해외 게임사인 다이나가 만든 슬롯머신 장르의 아케이드(업소용) 게임이다. 20년도 더 지난 케케묵은 게임이 버젓이, 게다가 오락실도 아닌 당구장에 자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리마스터는 사행성 게임의 일종이다. 돈을 투입하고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 속에서 획득한 포인트가 돈으로 다시 환급되는 도박게임인 것이다. 모든 도박 게임이 다 그렇듯 이용자는 환급률에 따라 반드시 돈을 잃도록 설정돼 있다.
업주가 게임속 1포인트당 10~100원 등 환율을 임의로 설정해서 사행성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1만원 당 100~1000포인트가 되는것이다. 장시간 게임을 할 경우 10만~20만원을 앉은 자리에서 잃을 수도 있다. 기가 자체에서 당첨 확률도 조절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더 짧은 시간에 잃기도 한다.
전현 업주들에 따르면 당구장에 이 게임기 2대 가량을 설치하면 200만~300만원 월세 이상의 수익을 뽑는 경우가 흔하다. 당구장 매출 과반을 차지하는 역전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바로 이런 점이 위험을 무릅쓰고 체리마스터를 들여놓는 이유다.
체리마스터 기기를 임대형식으로 당구장에 설치해 주는 임대업자도 암약중이다. 당구장업주와 임대업자가 대개 5대5에서 7대3으로 수익을 가른다. 이들은 현재도 대형 포털사이트의 카페나 블로그 게시판을 통해 버젓이 온라인 영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직접적으로 단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임대업자들은 “‘관 작업’을 다 해놨으니 적발되지 않는다”든가 ‘정상적으로 심의를 받은 게임’이라며 설치를 망설이는 당구장 업주를 꼬드기기도 한다.
그러나 확인 결과 체리마스터는 어떤 경우라도 불법 게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유가증권 등 금전적 보상이 지급되는 게임은 아무리 액수가 작아도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없다”며 “더욱이 체리마스터와 같이 이용자의 능력과 무관하게 당첨이 결정되는 ‘릴회전류’ 게임은 등급거부 대상”이라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과거 영등위 시절 이와 비슷한 야마토, 바다이야기 등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허가해 준 적이 있으나 이들 게임 모두 등급재분류대상이어서 재신청을 받아야한다”며 “이 때문에 심의를 통과한 체리마스터 게임은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구장을 찾았다 이런 불법 오락기에 정신을 팔려 돈을 잃는 이들만 피해자가 아니다. 당구장 업주도 결국은 손해를 보게 된다. 돈을 많이 잃은 손님이 홧김에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타 업주가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일일이 막을 수가 없다.
과거 당구장을 운영하며 체리마스터를 들여놨었다는 한 전직 업주는 “처음 몇개월은 월세 이상으로 수익이 뽑혀 신바람이 났지만, 업소 분위기가 불량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당구장 본연의 영업은 더 어려워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돈을 수십만원 잃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손님을 진정시키기 위해 개평을 쥐어주는 일도 다반사였다. 주변에 체리마스터를 들이겠다는 지인이 있으면 절대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yjc@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