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제주 운항 금강산 前유람선 설봉호 여수 앞바다서 화재
1시40분께 화물창서 불
해군 경비함 23척 출동
승객 등 128명 전원 구조 금강산 관광으로 국민에게 익숙한 ‘설봉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004년 1월 금강산 관광 노선에서 퇴역한 뒤 부산~제주 노선에 투입, 관광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누렸던 설봉호가 인양선에 선체를 의지한 채 6일 새벽 여수항에 도착했다.
화재가 발생한 시간은 새벽 1시40분께. 전날 오후 7시 부산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설봉호의 화물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설봉호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승무원이 순찰 중 처음 발견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곧바로 해경에 구조를 요청하고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급박한 순간에도 승객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임산부를 비롯해 노약자를 우선 구조선에 탑승시키고 나머지 승객은 화마를 피해 선저로 이동했다.
같은 시간, 여수해경과 해군은 경비함 등 23척을 급파해 구조에 나섰다. 구명정에 탑승한 승객들을 먼저 구조하고, 바다로 뛰어든 승객과 화재를 피해 선저에 모인 승객 전원을 구조하기까지 2시간여 만인 새벽 3시20분께 승객 128명을 전원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 10명이 가벼운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어 병원으로 호송됐다.
해경과 승무원들이 잔불을 제거했으며 화마에 검게 그을린 설봉호는 인근 여수항으로 예인됐다.
설봉호가 국내로 들어온 것은 1998년 ‘트레저 아일랜드(보물섬)’라는 이름으로 제작됐으며, 선사는 동양고속페리다. 국내 최초의 카페리 여객선이며, 최다 탑승인원은 264명이다. 2000년까지 부산과 제주를 운항하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현대상선에 용선으로 투입됐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남북 화해의 순풍을 타고 4년간 340여차례 금강산을 오갔다.
2004년 1월 금강산 운항을 끝냈다. 2003년 금강산 육로 관광이 시작되면서 탑승객 감소로 관광선 운항 적자 폭이 누적되자 중단한 것. 설봉호는 금강산 뱃길 관광에 가장 나중에 투입돼 마지막 뱃길 운항을 마친 역사적인 배로 기록됐다.
이번 화재로 선체가 심하게 손상된 설봉호는 당분간 여수항에서 화재 원인과 피해 상황을 파악한 뒤 이른 시일 내 부산항으로 예인할 예정이다. 하지만 화재로 손상된 선체를 수리한 후 다시 부산~제주 노선에 투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윤정희 기자/cgnhee@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