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에서 사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인건비에서 득보는 것도 별로 없고 인력조달도 큰 문제다. 게다가 외자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도 배타적으로 바뀌는 등 이중삼중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기업 얘기가 아니다. 중국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받는 모 대기업 임원 A씨의 토로다. 중소기업보다 사정이 낫다는 대기업 조차도 중국경제의 흐림이 바뀌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매년 20% 안팎으로 급등하는 임금에다 힘들여 키운 인재들은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기업으로 미련없이 떠나버려 골머리가 아프다. 여기에 수용하기 어려운 현지 정부의 요구사항이 많아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고민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잡아야 100년 지속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중국에 진출해 ‘안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중국은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 부메랑이 날아와 뒷통수를 맞을 지 모른다.
현지언론에 낙인찍혀 타이어 30만개를 리콜해야했던 금호타이어 얘기가 남의 집 일이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국정부의 정책변화 뿐 아니라 현지 한국기업들은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소인 자금, 인력, 판매 그리고 기술면에서 중국기업들로부터도 압박을 받고있다.
베이징의 한국 특파원들도 중국 내에서 시시각각 떨어지는 한국기업의 비중과 위상을 실감한다.
중국은 이제 개방 초기와는 완전하게 다른 시장이 됐다. 중국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수출과 투자 주도의 성장전략 대신 소비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성장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도 에너지, 환경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제12차 5개년 개발계획을 실행하면서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일찍이 수출로 일어선 나라가 내수로 부드럽게 돌아선 예가 없는데 중국은 지금 그런 전환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말 그대로 중국은 유례없는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이같은 ‘거대한 전환’을 추구하는 중국에서 한국기업이 성공스토리를 쓰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의 경제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우리의 중국 진출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및 투자국이 된 지 오래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은 한국을 옵션국 중 하나지만 한국 경제는 중국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형편이다.
사실 우리에게 중국을 대신할 만한 적당한 대상처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있다.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것이다.
팍스시니카 시대를 맞아 우리는 준비 여부에 따라 용의 등을 타고 도약할 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 굴기의 한 종속변수로 뒤처질 수도 있다. 잘못하면 생존을 위해 러시아의 비위를 맞췄던 ‘핀란드식 굴종’의 길을 우리가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다.
이처럼 상황은 절실하지만 우리의 대응전략은 부실한 실정이다. 여기에 답을 내놓는 변변한 싱크탱크 조차 없고 정부는 성의를 보이지않고 있다. 기업의 노력 못지않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도 절실하지만 실상은 답답하다.
“중국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미국을 능가할 정도다. 중국이 우리의 코를 꿰는 단계까지 다가왔지만 우리의 몰이해와 무관심이 더욱 두렵다.” 올초 한중 전문가포럼에 참여했던 한 학자의 한탄이다.
중국경제의 재편과 한국 경제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응은 이미 발등에 붙은 불이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시간이 없다. 당장이라도 중국 현지수요를 겨냥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중국시장에서 핵심기술을 확보해야한다.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만 우리가 중국시장에서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한다.
한국 기업의 중국 공략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속담에 “진짜 보검을 만드는 데는 10년 세월이 걸린다(十年鍊磨 寶劍鋒)”는 말이 있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며 10년이 걸릴지라도 전체 전략을 재검토해야할 때다. 여기에 우리가 중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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