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기술 양준석 원자로설계개발단장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 동북부 지역의 대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가 주원인이었다. 원전의 비상전원 공급장치가 침수되어 원자로 냉각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핵연료 손상과 수소폭발이 발생했고 결국 핵연료가 녹아 방사성 물질이 방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방송과 신문에는 체르노빌 사고가 재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사선에 두려움 갖게 되었다. 원전이 우리 생활에 주는 편리함이나 경제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안전’과 ‘사고’ 사이에 숨겨진 논리를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떠올려 보자. 두 사고 모두 사고의 위험은 이미 내재해 있었다. 붕괴는 그 위험을 예측하지 못하였거나 알면서도 무시했거나 또는 안전을 보장하는 절차인 예방정비나 보수를 소홀히 해 발생했을 것이다.
매년 여름 되풀이되는 호우피해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기상현상이 원인이긴 하지만 그로 인한 인명, 재산피해는 충분히 대비하지 않아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재(天災)라기 보다는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이렇듯 사고는 우리가 100퍼센트의 안전을 확신하거나 사고의 가능성을 간과 할 때 발생한다. 오히려 안전은 사고의 발생을 충분히 가정하고 그것을 방지하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과정에서 확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안전 패러독스(safety paradox)라고 부른다.
원자력은 위험도가 높은 관리책임(High Risk Responsibility) 산업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항공, 대형 플랜트 산업과 함께 안전성 증진에 가장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결과적으로 그 어떤 산업보다 견고한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다. 원전 전문가와 기술자들은 원자력이 근본적으로 갖는 위험성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에, 사고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적용한다.
원전을 설계 할 때에도 설계기준 사고, 설계기준초과 사고 그리고 중대 사고를 분류하고 각 단계별 사고에 의한 영향 및 대처방법을 철저히 마련하고 있으며 그 가능성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안전장치들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그 동안 발생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거나 고려하지 못했던 위험수준을 인지하게 되었다. 원전의 안전을 위해 철저한 분석과 그 어떤 경우에도 인명의 피해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보수적인 대처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피동안전성 확보, 수소제거 시스템 및 무정전 비상전원장치 적용, 자연재해에 대비한 설계기준 강화 등 실질적인 조치에 착수했고 국내 및 국제공조를 통해 가장 안전한 원전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경주하고 있다. 위험과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원자력 안전 강화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본래 이성에 의지해 한계와 모순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최대한의 안전은 언제나 위험과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가능성과 끊임없이 투쟁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확보된다. 위험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이 바로 안전문화의 필수요건이다.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해야 겠지만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