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키타큐슈에서 조업을 개시한 야하타제철소. 일본 열도 최남단 규슈에 제철소 건립을 결정한 것은 당시 일본 총리였던 이토 히로부미였다. 그 결정의 배경에는 인근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탄의 존재가 가장 컸지만, 당시 이토히로부미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었다.

유사 이래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었던 중국. 비록 근대기 구미열강의 압력과 내분으로 국력이 급속히 쇠퇴했지만, 이토히로부미는 구미의 진출로 오히려 중국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해 왔던 중국이 언젠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손에 넣기 위한 최적의 입지로 규슈를 주목한 것이다.

이토히로부미의 통찰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고, 요코하마와 미국 서해안 루트가 주류였던 북태평양 물류도 이제 상해, 부산에서 일본을 잇는 루트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규슈가 이제 동아시아의 지각 변동으로 그 잠재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22일 닛산자동차는 규슈 공장을 분사화해 독립 법인화하기로 결정했다. 닛산 측은 규슈공장이 국내 최대 생산 공장, 수출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물류, 인건비 등을 포함한 코스트의 최적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밝혔다. 중국을 시작으로 성장일로에 있는 아시아 시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규슈공장이 독립적으로 조달, 물류 등을 결정해 생산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닛산은 규슈공장에서 50만대 이상을 생산해 국내 생산 100만대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금 규슈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단순히 아시아대륙과의 최근접지이기 때문 만은 아니다. 지난 4월 쇼와쉘석유의 태양전지 자회사인 솔라프론티어는 미야자키현에 태양전지 제3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풀가동 시 생산능력은 900메가와트로 기존의 제1, 제2공장과 합하면 일본 내 연간 수요에 필적하는 규모라고 한다.

대부분의 일본 태양전지 대기업은 관서지방에 집적되어 있지만, 최근 태양전지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이상할 정도로 규슈에 모여들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토지 비용도 비교적 저렴해 태양전지 관련 기업에게는 판매, 기초연구 등을 위한 최고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규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지진에 안전한 지대로서 은행, 휴대통신 회사 등이 데이터센터의 규슈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부품 조달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규슈 지역 내 공장 건립, 규슈 공장 증산 등에 나선 기업들도 많다고 한다. 닛산이 한국, 중국을 부품 조달처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에 규슈를 주목한 것도 같이 이치다.

규슈의 경제적 위치가 강화되는 것은 우리 기업에게 큰 기회다. 부산-후쿠오카간 225km로 규슈 경제는 한국과 매우 밀접하다. 비행기로 50분, 고속선으로 2시간 55분에 당일치기 출장도 가능하다. 규슈의 산업 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수록 우리 기업과의 협력 부분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아시아 경제의 성장, 신산업 밀집,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 속에 주목받고 있는 규슈. 규슈의 행보를 눈여겨본다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커질 것이다.

(김민환 후쿠오카 KBC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