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은둔’의 경영행보를 접고 앞으론 1주일에 두어번 씩 삼성 본사로 출근키로 했다. 애플의 소송, 세무조사 압박, 정부의 심상치 않은 기업규제와 관련해 지난해 못잖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앞으로는 경영일선을 진두지휘하려는 심경으로 바뀐 게 정기 출근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이른바 ‘오찬 경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6일 출근날 회장 집무실 옆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삼성전자 사장단과 점심을 같이 했다. 앞서 21일 사실상 첫 출근한 날에는 미래전략실 임원들과 식사를 했다. 다시 본사에 나오는 날, 이 회장은 전자계열사 또는 신성장 관련 사장단들과 점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찬 경영’은 서스럼없이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사내 여론과 외부환경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기 위한 최고의 프로그램이라 이 회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진을 긴장시키고, 삼성의 위기관리 경영철학을 전사원에게 직접 전파하는 효과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후계수업도 그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사장은 21일과 26일 빠짐없이 오찬에 배석했다. 이 사장으로선 그룹 돌아가는 일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아버지의 경영스타일을 배울 기회다.
당분간 오찬경영을 통해 전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작업을 취할 것이라는 것은 이 회장의 스케줄과도 무관치 않다. 이 회장은 7월초 결정되는 평창올림픽 유치 지원행보에 다시 나선다. 당장 5월 유럽에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조만간 출국한다. 7월까지는 평창에 올인할 수 밖에 없어 경영에만 몰두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출국 전 ‘오너 결정’이 꼭 필요한 굵직한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업무 방향 지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은 26일에는 본사 디자인센터를 둘러봤다. ‘디자인’은 이 회장 경영의 핵심 중 하나다. 90년대 말 “디자인이 곧 글로벌경쟁력”이라고 주창한 이 회장은 자랑스런 삼성인상에 디자인상을 넣으라고 직접 지시를 한 바 있고, 2005년에는 밀라노에서 그 유명한 ‘제2 디자인혁명’을 선언했다.
다시 출근하는 날, 이 회장은 디자인센터에서 받은 영감을 확인하고 신사업에 접목하는 지시를 내릴 지도 모를 일이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