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춘제(春節) 하루 전인 섣달 그믐 밤 절정을 이뤘던 베이징의 폭죽소리가 지난 7일 다시 요란해졌다.
7일은 음력으로 정월 초 닷새로 중국에선 ‘파오(破五)’라고 부른다. 정월 초 하루에서 초 닷새까지는 지켜야할 금기가 많다. 금기들은 초 닷새가 지나면 풀린다. 그래서 초 닷새를 ‘파오’라고 부른다.
중국에선 이날 부엌의 재나 집안의 쓰레기를 집 밖으로 내보내고 폭죽을 터뜨린다. 가난과 잡귀들을 몰아내고 부를 집안으로 불러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저녁이 되자 폭죽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굉음과 함께 밤하늘이 불꽃으로 수놓아졌다.
폭죽 종류에 따라 터지는 소리도 다양하다. 빵빵 터지는 것, 따따따따 연속으로 터지는 것, 천둥 치듯 우르릉 터지는 것 등 새벽까지 이어지는 푹죽 소리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
푹죽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까지 합세해 도시 전체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게다가 올 춘제에도 화재로 인한 피해가 중국 전역에서 속출, 소방당국이 골머리를 앓고있다.
지난 3일 새벽 선양(瀋陽)의 랜드마크였던 5성급 호텔 황차오완신이 외벽에 걸어놓은 현수막에 푹죽 불똥이 옮겨붙으면서 전소된 데 이어 7일 오전에는 문화대혁명 때의 혼란도 견뎌낸 천년 고찰도 화마의 피해를 입었다.
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7일 오전 3시12분께 중국 남동부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의 국보급 사찰 법해사(法海寺)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 법당 등 일부 건물이 소실됐다.
전소된 대웅전 근처에는 국보급 불경이 대량 보존되고 있는 관음각이 있었지만 소방대원들의 필사적인 진화작업으로 이곳까지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서기 945년에 세워진 법해사는 중국에서 가장 완벽한 보존 상태를 유지한 사찰로 국보로 지정돼 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나 춘제 기간 중의 폭죽놀이로 시작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폭죽놀이에 대해 엄격한 관리규정을 마련하고 소방서들은 철야근무를 하고있으나 오히려 폭죽놀이로 인한 화재와 사고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폭죽놀이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일 0시부터 춘제인 3일 오전 8시까지 32시간 동안 중국 전역에서 9945건의 화재가 발생, 1300여만위안(22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베이징 역시 폭죽 화재로 2명이 사망하고 223명이 부상을 당했다.
폭죽놀이 자체도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한 통에 3000위안(약 51만원)이 넘는 폭죽을 주저없이 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몇달동안 번 수입을 푹죽 구입에 모두 쏟아붓는 사람들도 있다. 베이징 왕징(望京)에 사는 회사원 쑨하오(孫浩ㆍ43)씨는 “이번에 산 폭죽이 2만위안(약 337만원)이 넘는다“며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이 정도는 산다”고 말했다.
푹죽놀이는 중국인들의 오랜 문화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춘제 폭죽놀이가 과도해지는 데는 자신을 과시하려는 욕구에다 체면을 중시하는 습성이 가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어딘가 막혀있는 듯한 사회 분위기에서 폭죽놀이가 배출구 구실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법해사 화재사건을 계기로 네티즌 사이에서는 도심에서 폭죽놀이가 금지되어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고 당국도 폭죽놀이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지면서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서 폭죽에 대한 애정을 떼어내기란 쉽지않을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