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주요 혐의는 크게 비자금 조성과 편법상속, 정관계 로비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선대 회장이 남긴 그룹 주식을 현금화 해 비자금을 만든 후 증여나 사업 확장을 위한 로비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과 방송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회는 물론 국세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전방위 로비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천억원~1조원의 비자금 조성=검찰은 이 회장이 차명주식과 보험계좌, 부동산 등을 통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이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임룡 창업주가 남긴 태광산업 주식을 차명계좌로 보유하다가 일부를 현금화해 160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와관련 사모펀드인 서울인베스트는 이 회장이 주식 매각을 통해 확보한 비자금 3000억원을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을 통해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0월 고려상호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김명섭 기자 msiron@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4일 오전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부지검으로 소환돼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4일 오전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부지검으로 소환돼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
검찰은 또 이 회장이 보험계좌로 최소 800억원의 개인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들로 구성된 ‘해직자 복직투쟁위원회’는 이 회장 일가가 보험설계사 115명의 이름을 도용해 저축성 보험 형식으로 313억원을 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검찰은 이 회장이 차명 부동산과 무기명 채권 등을 통해서도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태광관광개발이 소유한 경기도 용인시 태광컨트리클럽(CC) 주변 땅이 전ㆍ현직 임직원들의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제 주인은 이 회장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혀 내두른 편법 증여=이 회장은 또 아들 현준(16)군의 기업 승계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헐값으로 매각하는 등 편법 상속ㆍ증여 의혹도 받고 있다.
편법 승계의 중심에 있는 회사는 그룹내 비상장 계열사인 티시스와 티알엠이다. 이 두 회사는 지난 2006년 2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9600주와 9800주를 이 회장에게 배당했는데, 이 회장은 신주를 모두 실권해 현준군이 모두 인수했다. 당시 현준군의 나이는 13세에 불과했다. 이런 방법으로 티알엠과 티시스는 이 회장이51.02%, 현준 군이 48.98%를 각각 보유한 일가족 개인기업이 됐다.
이후 티알엠은 2008년부터 그룹의 주력사인 태광산업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지분을 4.63% 보유하게 됐으며, 대한화섬도 0.68%의 지분을 갖고 있다. 티시스도 대한화섬과 태광산업 지분을 각각 3.56%와 4.51%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기업 승계를 위해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4일 오전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부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4일 오전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부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
▶상상을 뛰어넘는 전방위 로비=이 회장은 방송과 금융업 등 신사업 부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통해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중 가장 혐의점이 짙은 의혹은 케이블TV 사업 승인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이다. 지난 2008년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방송구역 소유제한이 3분의1까지 완화되는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계열사인 티브로드홀딩스가 경쟁사인 큐릭스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방송법 개정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티브로드는 지난 2009년 3월 방통위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행정관과 방통위 간부들에게 성접대를 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이와관련 당시 성로비를 하다가 해고된 티브로드 소속 문모 전 팀장은 “회사의 지시대로 접대를 했는데 해고된 것은 부당하다”며 회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금감원과 국세청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태광산업이 쌍용화재 인수자로 나설 당시 금감원은 제3의 인수자가 마땅치 않은데다 경영권 분쟁으로 쌍용화재의 경영상태가 악화된 점을 감안, 열흘 만에 인수 허가를 해준 바 있다. 검찰은 당시 흥국생명이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이 없어 태광산업을 우회했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도 지난 2007년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발견했는데도 검찰 고발 없이 79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데 그쳐 태광그룹의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신소연ㆍ도현정 기자@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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