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회삿돈…개인 도박자금과 소송비로 사용
-작년 강력부 수사에선 못밝혀 ‘봐주기 수사’ 의혹
-檢 “작년 수사 상황에선 밝히기 어려웠던 사건”
-이번에 사건 불거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힐 뻔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검찰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24일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 중 하나가 회삿돈 횡령이다. 이는 지난해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다. 올해 4월 정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터지면서 비로소 검찰의 재수사로 밝혀진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정 대표가 지난해 1∼2월께 네이처리퍼블릭 자금 18억원과 관계사인 SK월드 자금 90억원 등 총 108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횡령한 회삿돈으로 해외에 나가 도박을 하고 개인 소송비용과 생활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도박에 들어간 회삿돈만 13억원에 달한다.
정 대표의 횡령 사실은 이번에 수사팀이 네이처리퍼블릭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각종 회계자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횡령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정 대표에게 상습도박 혐의만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당시 홍만표(57) 변호사 등 ‘전관(前官)’의 로비를 받아 ‘부실 수사’ 혹은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와 똑같이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받은 장세주(63) 동국제강 회장에겐 검찰이 횡령 혐의를 추가 적용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작년 수사에선 정 대표의 횡령 사실을 적발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작년 강력부 수사에서 정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에 투입한 본인 자금(가수금)이 200억원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서 도박자금으로 끌어다 썼다고 주장했다”며 “회계장부에도 그렇게 나타나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회계장부는 네이처리퍼블릭 직원들이 정 대표의 횡령, 배임 사실을 감추려고 허위로 작성한 것들이었다. 이 사실은 수사팀이 이번에 회사를 압수수색하며 처음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처럼 네이처리퍼블릭의 모든 계열사를 압수수색해서 회계장부를 정밀하게 대조하지 않으면 횡령 혐의를 적발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에 정 대표의 법조 로비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정 대표의 횡령 사실은 자칫 그대로 묻힐 수 있었던 셈이다.
한편, 검찰은 정 대표의 도박사건 1심 선고 후 홍 변호사가 변론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보석 적의처리와 감형 구형에 홍 변호사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동안 제기됐지만 그러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