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수사가 그 엄정함에 비해 우스꽝스런 모양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서로 내 사건이라며 다투는 바람에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이 중복 청구되는 사례가 빈발, 법원으로부터 “서로 협의를 거친후 오라”는 지적을 받는 지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신병을, 경찰은 김 전 장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했다. 피의자는 검찰이 체포하고 증거는 경찰이 확보에 나서는 이상한 수사가 벌어진 것이다. 공수처가 뒤늦게 김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이 중복 수사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중복수사와 함께 수사권 월권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수사기관의 중복 영장 청구 등 수사 경쟁에 대해 “종국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법률상 검찰이 내란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청법 해석상 많은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내란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은 없지만,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과 연결된 범죄여서 둘 다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러설 뜻이 없다는 얘기다. 공수처는 이틈을 비집고 들어가려 한다.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응하지 않는 데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검·경 모두 외면하고 있다.

사정기관들이 계엄사건 수사에 사활을 거는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검찰은 명품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김건희 여사 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살아있는 권력에 머리를 숙였다는 불명예를 이참에 털어내고 싶을 것이다. 경찰은 검찰에 비해 약하다는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삼고 싶을 것이다. 공수처는 출범 4년간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수모를 만회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저마다 절실한 명분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신속한 초동수사로 핵심 피의자의 증거 인멸 방지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일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본격 수사 국면에서는 중복수사에 따른 행정력 낭비가 신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국민적 명령에 걸림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법무부가 윤 대통령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계엄 사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경·공수처가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저마다의 강점을 살리는 게 급선무다. 국가 리더십 부재 상황을 조기 종결하는데 사력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