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등 부실채권 한꺼번에 정리 자체조달 충당금 적립 30% 늘려 연말에는 소폭 흑자 달성 예상
조선ㆍ해운업에 거액을 대출해줬다가 부실 위험에 처한 NH농협은행이 올해 1조 7000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
충당금은 농협 명칭료 사용료와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조달이 가능하며, 연말에는 소폭의 흑자도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22일 ‘조선·해운 등 최근 농협은행 경영현황에 대한 이해자료’를 통해 올해 상반기 1조 3000억원, 하반기 4000억원 등 총 1조 7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1조 3000억원)보다 30%가량 늘어난 규모다.
올해 상반기 1조 3000억원의 충당금에는 현재 ‘정상’으로 분류된 대우조선해양의 건전성을 ‘요주의’로 낮춘 부분이 포함됐다.
농협은행 측은 “보통 상반기 충당금 규모가 5000억원 수준을 고려하면 사실상 빅배스를 연도 중에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이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충당금 적립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농협은행은 충당금을 자체적으로 조달가능하며 연말 소폭의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주사인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와 배당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상반기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370억원이었고, 연말기준으로는 1763억원이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이자수익과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서 충당금을 적립하고도 흑자가 예상된다”면서 “수백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상반기 충당금 부담이 몰려있는 만큼 상반기 적자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충당금을 쌓음으로써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1분기말 부실채권은 4조원이었으나, 6월말에는 3조7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연말에는 3조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ㆍ조선 익스포저도 6월 말 기준 6조 2000억원에서, 올해 말에는 4조9000억원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농협은행은 막대한 충당금을 적립하더라도 핵심 경영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6월 말을 기준으로 농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14.0%, 부실채권의 기준점인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98%, 유동성커버리지 비율은 103.8%로 추정했다. 충당금 적립 등으로 올해 연말 BIS 비율은 14.1%로 소폭 상승하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동성커버리지율도 106.9%로 소폭 상승할 걸로 추정했다.
농협은행은 “자본금은 약 14조원 수준이며 BIS 자기자본비율도 14%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증자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농협은행의 충당금 부담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NPL커버리지비율)은 5월말 기준으로 88.3%로, 올해 1조 7000억원을 적립한다고 해도 이 비율은 100%를 밑돌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부실채권에 대한 은행의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120% 이상의 NPL커버리지비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120~160%를 유지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명칭사용료는 예정대로 내지만, 내년 명칭사용료 부담은 올해 말 논의되는 경영계획을 통해 조정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