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과 피켓 동원, 주택가 주민 출근·등교 피해

현대트랜시스, 장기파업 여파로 비상경영 돌입

노조, 지난해 회사 영업익 2배 달하는 성과급 요구

트랜시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18일 오전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두고 한 달 이상 지속한 파업을 멈췄지만, 교섭과 무관한 서울 주택가 장외 시위를 이어가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대형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시위를 강행했다.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이들 노조의 주택가 장외 집회·시위는 이번이 8번째다.

장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협력사들의 피해가 확산하고, 회사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음에도 노조가 ‘민폐 시위’를 이어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파업 장기화로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과 협력사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800여 곳의 관계자 350여 명은 지난 6일 충남 서산에서 집회를 열고, 파업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한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대표는 “납품 중단이 시작되면 협력업체 대표는 직원들의 급여를 구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로 다녀야 한다”며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높은 이자로 인한 경영손실은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몫”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트랜시스는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및 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 11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경영진 등 전임원들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하는 등 노조에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위와 집회 장소는 목적과 대상을 고려해 정해져야 하는 데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교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서울 주택가에서 벌이는 시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행동은 애꿎은 시민을 볼모로 사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주말이었던 지난달 26일 서울 한남동에서 성과급 관련 시위를 시작, 인근 주민들의 일상을 방해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노조원 1000여 명이 서울 서초구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면서 극심한 소음과 교통체증, 통행방해 등을 유발해 현대차와 기아를 찾은 방문객과 인근지역 주민, 보행자 등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편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9일 제16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노조는 파업은 끝내지만, 임단협 교섭이 마무리될 때까지 특근 및 잔업은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트랜시스는 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와 지난 6월부터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노조가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회사가 빚을 내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