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뒤도 돌아보지 않았어요.”
신입직원 연봉 5000만원에 수당은 별도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표를 냈다. 심지어 남들이 다 알만한 유명 대학병원 취업이었다.
A씨는 “선배의 생활을 보며 포기했다. 꿈과 현실이 너무 달랐다”고 전했다. A씨의 전 직업은, 간호사다.
상급병원의 경우 신입 연봉 5000만원에 이를 만큼 소득이 보장되지만 정작 신입 간호사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절반이 사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만명을 뽑았는데 1년 안에 1만명 이상이 그만 둔 것.
인력이 부족하자 남은 간호사에 더 많은 환자가 쏠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16.3명이다. 외국과 차이가 ‘넘사벽’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간호사 1인당 5.3명, 일본은 7명 등이었다.
적정 의료인력을 규정한 의료법 시행규칙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12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지키는 의료기관은 극히 드물다. 의료법 어디에도 별다른 벌칙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는 셈.
의료계 관계자는 “현행법에 간호사가 보는 환자 수에 대한 인력기준은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며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여 인력기준을 지킬 유인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신규 간호사의 이탈은 지속됐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신규간호사 총 2만874명 중 1만1029명이 현장을 떠났다.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등에서 입사포기자 5655명, 교육 중 사직 1643명, 발령 후 1년 이내 사직 3731명 등이다. 특히 1년 내 사직의 사유 중 ‘타병원으로 이동’ 인원은 46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허를 따고도 간호 업무를 하지 않는 신규 간호사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국회에선 의료인력 정원 준수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주요 골자는 간호사 등 적정인력과 정원 기준을 법에 명시하고, 위반 시 벌칙 조항을 함께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의료법에 1인당 담당 환자수나 근무 여건 등을 포함하고, 위반 시 벌칙 조항을 명시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환자에게 안전한 의료 환경, 간호사 등에는 적절한 근무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