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오라클과 메타에 이어 스페이스X까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AI 부채’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체 현금만으로 투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회사채와 대출까지 끌어들이면서다. AI 투자 확대를 위한 차입 소식이 잇따를수록 관련 기업의 주가와 신용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 AI칩 구매를 위해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100억달러는 은행 대출로, 300억달러는 투자등급 회사채로 조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난 6월에도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추가 차입에 나서는 것이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은행 및 자산운용사들과 자금조달을 협의하고 있으며 PIMCO도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차입 계획이 알려진 가운데 주가와 신용시장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 주가는 10월 7일(현지시간) 2.5% 하락했다. 같은 날 스페이스X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94bp까지 올랐다. 이후 8일 장중 197.6bp까지 올라 6월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새로 썼다. 최근 스타십 14차 시험비행에서 첫 궤도 비행에 성공한 뒤 상승세를 타던 주가는 7일 2.5% 하락 마감했다.

스페이스X가 막대한 투자금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AI 사업을 빠르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AI 관련 매출은 2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했다. 전체 매출 78억달러의 약 3분의 1이다.

매출 증가에 맞춰 투자금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2분기 스페이스X의 자본적지출(CAPEX·설비투자)은 184억달러였고 이 가운데 158억달러를 AI 인프라에 투입했다. 전체 자본적지출의 약 86%다. 데이터센터와 AI 컴퓨팅 설비에 들어가는 자금이 AI 매출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구조다.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도 AI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스타링크와 로켓 발사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이 AI 데이터센터와 엔비디아 칩 확보에 쓰인다. 현재 AI 사업은 지상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우주 공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은 장기적인 구상이다.

스페이스X는 AI 인프라 투자금의 회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보고 있다. 브렛 존슨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금 회수에 1년이 채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가 기대하는 회수 속도와 시장의 예상 사이엔 간극도 있다. 미국 독립계 리서치업체 모펫네이선슨은 투자금 회수에 약 1년6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AI칩과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기업은 스페이스X뿐이 아니다. 이른바 ‘AI 스케일러’의 채권시장 조달도 빠르게 늘고 있다. 로이터는 8일 AI 관련 기업들이 대규모 차입에 나서면서 제한된 자금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와 데이터센터, 기타 AI 인프라 프로젝트가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370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조달액 1250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규모다.

AI 인프라 부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드비어그룹의 나이절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AI 구축은 현금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신용에 의존하고 있으며, 신용은 위험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는지와 관계없이 부채는 예정대로 갚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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