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공원 앞 노상에서 40대 남성 A씨가 길 가다 마주친 60대 B씨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SBS뉴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서울 구로구 아파트 앞 길거리에서 60대 남성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진 가운데, 쓰러진 피해자를 보고도 50여 명의 행인이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나치는 CCTV(폐쇄회로)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15분 가량 방치돼 있던 남성은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11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를 살인 및 폭행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6시께 구로구 한 도로에서 60대 남성 B씨를 여러 차례 발로 차고 도로 경계석(연석)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공원 앞 노상에서 40대 남성 A씨가 길 가다 마주친 60대 B씨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모습. [CC(폐쇄회로)TV]

범행 현장 인근 CCTV(폐쇄회로)에는 A씨의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B씨에게 다가가 여러 차례 발길질하고 쓰러진 B씨의 주머니를 뒤져 소지품을 챙겼다. A씨는 B씨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옆에 놓인 연석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 B씨의 안면부를 내리친 뒤 현장을 떠났다. 이 모든 범행이 단 1분 동안 순식간에 벌어졌다.

이후 범행 현장 CCTV에는 B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도 이를 지나쳐 가는 시민들의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다. 경찰과 소방 구조대원 등이 오전 6시15분께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15분간 시민 50여 명이 피해자 곁을 지나쳤다.

소방에 따르면 119에 ‘사람이 다쳤다’는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전 6시 9분께다. 이후 경찰과 소방관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 6시15분께 B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앞서 경찰은 A씨를 사건 현장 인근에서 체포했다. 이어 시행된 간이시약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와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들과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른바 ‘묻지마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추가 조사한 뒤 1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