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금리 장중 0.15%포인트 하락
예상 웃돈 물가에도 3주 만에 최저 수준
코어위브 신용위험 급등에 AI 부채 우려
독일 국채도 강세…글로벌 위험회피 확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국채금리는 오히려 3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대규모 투자와 부채 증가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몰린 영향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보다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최대 0.15%포인트 하락한 연 5.04%를 기록했다. 최근 3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이후 낙폭을 줄이며 5.09%를 나타냈다.
통상 물가 상승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춰 국채금리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술주 매도세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매수세가 강해질수록 금리는 하락한다.
뱅가드의 국제 금리 담당 책임자인 알레스 쿠트니는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위험 회피 심리가 모든 것을 압도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불안의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된 막대한 차입금이 있다. AI 기업들이 연산 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실제 수익이 투자 규모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신용위험이 급격히 높아졌다. 코어위브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이번 주 11%포인트를 넘어섰다. 채권 원금 100달러에 대한 부도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연간 11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CDS 스프레드 상승은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어위브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상당한 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해왔다. 향후 AI 연산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I 기업들의 성장 둔화 신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약 16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성장세가 연초보다 둔화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미국 나스닥100지수는 장중 최대 1.8% 하락했다가 낙폭을 줄였다. 엔비디아와 인텔 주가는 각각 1.8%, 2.8% 내렸다.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각각 11.1%, 9.5% 급락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9.3% 하락했다.
AI 투자에 대한 우려는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데이터 저장장치와 관련 인프라 기업으로도 번졌다.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샌디스크 주가는 각각 2.1%, 0.6% 하락했고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는 12.3% 급락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4% 넘게 떨어졌다.
다만 기술주 낙폭은 장 후반 상당 부분 축소됐다. 나스닥100지수는 종가 기준 하락률이 0.1% 미만에 그쳤다. 신용위험 확대 우려가 불거진 코어위브 주가도 5.9% 반등했다. AI 관련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가운데 주식시장에서는 저가 매수세도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위험 회피 움직임은 유럽 채권시장으로도 확산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06%포인트 하락한 3.41%를 기록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로 투자자금이 이동한 것이다.
기존에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공매도 포지션 청산도 금리 하락을 가속했다. 이란 전쟁 이후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에 나선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국채금리 급락이 일시적인 위험 회피 움직임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한 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 국채금리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AI 기업들의 차입 부담과 수익성에 대한 불안이 지속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FT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AI 산업의 부채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