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케이, 최 회장 2024년 제안 재조명

미·중 갈등 속 경제협력 필요성 부각

일본 내 실익 논란·역사 문제는 걸림돌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이 9일 오후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전남광주 서구 군공항 부지에서 현장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이 9일 오후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전남광주 서구 군공항 부지에서 현장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안한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이 일본 언론에서 재조명됐다. 양국이 에너지와 반도체 공급망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면 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이지만, 일본 측의 실익과 역사 문제 등은 걸림돌로 지목됐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 회장이 2024년 제안한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소개하며 실현 가능성과 과제를 짚었다.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낮은 에너지 자급률 등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양국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면 공동 대응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구상은 사람과 물자, 자금,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한다. 실현되면 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규모가 6조달러를 넘어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협력 방안으로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동 구매·비축을 통한 에너지 조달 비용 절감이 제시됐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일본의 소재·장비 경쟁력을 결합해 공급망을 강화하고,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자는 구상도 포함됐다. EU의 솅겐협정처럼 출입국 절차를 완화해 인적·물적 이동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일본 경제계에서도 구상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만, 양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구상이 실현되면 한국은 자국 인구의 3배 이상 규모인 일본 내수시장에 접근할 수 있지만, 일본의 시장 확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역사 문제와 국민감정도 걸림돌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국민감정도 배려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측의 이점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양국 경제 자유화를 진전시킬 과제로 언급됐다. 닛케이는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양국 경제의 자유화는 크게 진전될 것”이라고 전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