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경기직후 수트 지퍼를 내릴까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 출전한 김민선이 경기를 마친 뒤 수트 지퍼를 내리고 숨을 고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경기 직후 일제히 수트 지퍼를 내리는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혼신을 다해 역주를 끝낸 선수들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모자와 고글을 벗고 가슴 위 지퍼를 내리면서 자신의 기록을 살핀다. 대동소이한 선수들의 모습은 어김없이 카메라에 포착된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네덜란드 토마스 크롤 선수가 경기 직후 가슴의 지퍼를 내리고 포효하고 있다. [AP]

14일 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1000분의 1초 차이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기록 경기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수트는 경기 시작시 몸을 낮은 자세로 유지해주고 추진력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모자는 공기가 침투하지 않도록 머리에 딱 붙게 디자인되고, 몸통 수트는 선수들이 허리를 최대한 낮춰 'ㄱ자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또 허벅지는 타이트하게 밀착해 출발시 힘을 응축할 수 있도록 한다.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 '레전드' 이레인 뷔스트(36)가 경기를 마친 뒤 수트를 벗고 있다. 뷔스트는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여름, 겨울 올림픽 통틀어 올림픽 5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한 유일무이한 선수가 됐다. 뷔스트 선수가 경기복을 벗으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신화통신]

이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서면, 수트가 찢어질 정도의 꽉 끼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몸통과 허벅지 부분은 몸을 뻗기 어려울 정도의 신축성이 없는 소재가 사용돼 결승선을 통과하면 가슴 위 지퍼를 내려 숨통을 틔우려는 선수들이 많다.

스피드스케이팅 수트에 첨단화가 이뤄진 것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부터였다. 스포츠 의류 톱 브랜드인 '나이키'가 신축성이 서로 다른 소재를 조합해 활주 시 자세가 유지되도록 돕는 수트를 개발하면서다. 당시 나이키 수트를 착용하고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과 네덜란드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수트 지퍼를 내리고 속살을 드러낸 러시아 올가 그라프 선수. [연합]

수트의 답답함 때문에 경기 직후 지퍼를 내렸다가 속살이 드러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러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올가 그라프는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 여자 3000m 경주에서 4분03초47로 개인 역대 최고기록을 낸 뒤 수트 지퍼를 내린 채 빙판을 누볐다.

지퍼를 따라 V자로 벌어진 수트 속으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그라프의 속살이 보였다. 이후 그라프는 피부에 찬 기운이 느껴지자 허겁지겁 지퍼를 올리면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그라프는 당시 인터뷰에서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며 "수트가 굉장히 꽉 끼어 빨리 벗어 숨을 쉬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의 에린 잭슨(30)이 13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빙판을 누비고 있다. 잭슨은 이날 흑인 여성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새 역사를 썼다. [AFP]

소재가 다른 조합의 수트는 경기력 뿐만 아니라 선수의 안전을 위해서도 만들어진다.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한꺼번에 출발하고 추격전을 벌이는 경기에서 자칫 충돌해 스케이트 칼날과 부딪히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목과 옆구리, 무릎 뒤 등 동맥이 지나가는 주요 부위에는 쉽게 찢어지지 않는 소재가 사용된다.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