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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 vs “불쾌”…대형공원 한복판 ‘오줌싸개 동상’ 논란
국민신문고·지역 온라인커뮤니티에 ‘철거 주장’ 민원 제기
송도 센트럴파크 '갯벌 오줌싸개' 조형물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인천 송도의 한 대형공원 한복판에 10년 전 설치된 공공 미술작품을 두고 때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2건 접수됐다.

[연합]

해당 조형물은 2011년 설치된 ‘갯벌 오줌싸개’라는 동상으로 바지를 벗은 남자아이 3명이 강가 쪽으로 소변을 누는 모습을 분수 형태로 표현했다.

작가 김영걸씨는 작품 제작 동기에 대해 과거 송도 일대 갯벌에서 조개를 잡으러 돌아다니던 아이들이 화장실에 갈 수 없어 갯벌 한가운데서 오줌싸기 시합을 하며 놀았던 추억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민원인들은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드러낸 모습이 불쾌하다. 남자아이가 소변보는 동상이 공원에 왜 필요하냐”며 철거를 요청한 상태다.

또 송도 온라인 커뮤니티 ‘올댓송도’에서도 이달 초 ‘센트럴파크 오줌싸는 동상 건의합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초등학생 아들이 언젠가부터 이 동상을 부끄러워하고, 데이트하던 연인들도 상세한 모습에 놀라더라”며 “동상이 세워진 10년 전과 달리 지금 (사회적 분위기로는) 이 동상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상 방뇨를 묘사한 시대의 향수는 인천의 역사와 상관도 없어 보이고 센트럴파크가 가진 이미지와 어울리지도 않는다”면서 “다른 상징성 있는 예술 작품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공공 미술작품이 어느 범위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틀 만에 1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뜨거워졌다.

미술을 전공했다는 한 시민은 “예술로서 바라보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공원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트럴파크 오줌싸개 동상에 대해 ‘익살스럽고 재미있다’, ‘예술은 예술일 뿐 작품에 대한 획일화 된 잣대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한 송도 주민은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벨기에 오줌싸개 동상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면서 “작품에 대한 해석은 자유지만, 그 자체를 부정하고 철거하라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논란이 빚어진 경우도 있었다.

2017년 9월 서울광장에서는 ‘소변보는 아동’을 형상화한 음수대가 등장했다가 일부 시민의 지적에 철거했다. 이 음수대는 당시 경북 영양군이 고추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같은 해 10월 경북 영주시에서는 풍기인삼축제 행사장에 5m 안팎의 대형 인삼 조형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남성 성기를 형상화해 해당 부위가 철거되기도 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이동영 한양대 응용미술교육과 교수는 “시대에 따라 예술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지고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표현의 방법에 따라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감상평이 나오는 것도 예술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동상의 경우 스토리 텔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이용객의 눈에 띄는 곳에 부가적인 설명문이 있으면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pow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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