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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IS 피해 극심했던 이라크 북부 방문…“평화공존·희망” [인더머니]
부서진 모술 성당 앞서 “평화가 전쟁보다, 희망이 증오보다 더 강해”
카라코시·아르빌선 미사 집전…익사한 시리아 난민 꼬마 부친도 면담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이라크 아르빌에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황 중 최초로 이라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폭력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이라크 북부 도시들을 찾아 전쟁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7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사흘 간의 이라크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이른 아침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 도시 아르빌에서 헬기를 이용해 모술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IS와의 전쟁 과정에서 파괴된 4곳의 교회가 인접한 모술 광장에서 평화로운 공존을 호소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 가운데 하나였던 모술은 지난 2017년 IS가 패퇴하기 전까지 이 테러 조직의 최대 거점이었다.

모술이 속한 이라크 북부 니나와주(州)에선 IS의 공격으로 수십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이주해야 했다.

교황은 벽이 부분적으로 무너진 모술의 알타헤라 가톨릭 성당을 배경으로 한 연설에서 “기독교인들이 이라크와 다른 지역에서 비극적으로 추방된 것은 해당 개인과 공동체뿐 아니라 그들이 떠난 지역에도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면서 이라크와 중동 지역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고향에 머물 수 있도록 기원했다.

교황은 “문명의 요람이었던 이 나라가 그토록 야만스러운 공격으로 피해를 보고 고대 예배소들이 파괴되고, 수많은 무슬림과 기독교인, 야지디족 등이 강제로 이주당하거나 살해된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라고 개탄하면서 특별히 IS의 대량 학살과 납치, 성노예 대상이 됐던 야지디족의 역경을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 우리는 형제애가 형제살해죄보다 더 오래 가고, 희망이 증오보다 더 강력하며, 평화가 전쟁보다 더 위력적임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뒤이어 모술로부터 30㎞ 떨어진 도시 카라코시를 방문해 미사를 집전했다.

카라코시는 이라크의 가장 오래된 최대 기독교 마을로, 2014년 IS가 장악하면서 파괴됐다가 2017년 이후 서서히 복원되고 있다.

모술 성당과 마찬가지로 알타헤라로 불리는 카라코시 성당 미사에서 교황은 신자들에게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며 “지금은 재건하고 다시 시작할 때”라고 위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이라크 아르빌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AP]

이어 쿠르드 자치구 도시 아르빌로 돌아온 교황은 현지 축구 경기장에서 IS 치하에서 살아 남은 기독교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아르빌 미사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수천명이 참석해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은 “여러분들과 함께 하면서 슬픔과 상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동시에 희망과 위로의 목소리도 들었다”면서 “이제 내가 로마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지만 이라크는 내 마음속에 항상 남아있을 것”이라고 축복했다.

아르빌은 지난 수년간 IS의 폭력을 피해 연고지를 떠난 난민들의 수용소가 돼 왔다.

교황은 또 아르빌 미사 뒤 현지에서 2015년 난민선을 타고 가다 익사한 시리아 난민 아이 알란 쿠르디(당시 3세)의 부친 압둘라 쿠르디를 만나 위로했다.

알란과 그의 형, 어머니 등은 2015년 9월 다른 난민들과 함께 소형 보트를 타고 터키에서 그리스 코스섬으로 가다 배가 뒤집히면서 익사했다.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알란의 사진은 전 세계에 난민의 비극을 일깨우는 상징이 됐다.

이날 교황은 오랜 시간 압둘라 쿠르디와 대화했고, 가족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을 경청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아르빌 방문 일정을 끝낸 교황은 수도 바그다드로 이동해 이튿날 오전 로마로 떠날 예정이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여러 차례 전쟁 피해를 입은 이라크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으며, 지난 5일 이라크에 도착해 3박 4일 일정을 소화했다.

전날 6일에는 이라크 남부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를 방문해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와 역사적 회동을 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라크에서 2천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기독교 신자의 수는 2003년만 해도 15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의 수는 점차 줄어 최근에는 인구의 1%에 불과한 약 40만명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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