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쟁 대비 물품을 사재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생수와 식량 등 생필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은 물론 재난가방과 위성통신 장비인 스타링크까지 마련했다는 인증 글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스레드 등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쟁 대비 비상키트 준비”라며 전쟁에 대비해 구매한 물품 목록과 인증 사진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생수 72L·햇반 80개…“재난가방 400만원어치 구매했다”
한 이용자는 2L 생수 36개와 라면 40개, 햇반 80개, 부탄가스 등 보존식품을 비롯해 재난용 라디오, 보조배터리, 구급상자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단수 상황을 대비해 “생활용품점에서 75L 대형 물통을 구비했다”며 욕실에 배치된 대형 물통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족 단위로 대규모 비상용품을 마련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5인 가족 대비용으로 재난가방에 총 40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화생방 마스크, 안전모, 침낭 등 안전용품은 물론 정수 필터 및 알약, 소변 응고제, 락스 등 위생·정수용품까지 상세히 목록에 올렸다.
정전과 통신 마비에 대비해 위성 인터넷 장비인 ‘스타링크 미니’를 구매했다는 인증 글도 눈길을 끌었다. 현재 16만원에 할인 판매 중인 해당 키트는 로밍 요금제를 통해 위성 통신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는 육상 주행 중 사용이 제한되는 장비다.
스타링크를 구매한 이용자는 “전기가 끊어졌을 때, 비상 발전기나 태양열 패널로 충전해서 인터넷이 가능하다“며 ”스타링크 50% 할인이나 무료지원은 재난, 긴급 지원 지역에 해준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실제 쇼핑 플랫폼 매출 수치로도 확인된다. 4일 네이버 쇼핑 스토어 통계에 따르면 1일간 많이 구매한 상품 31위에 9만9000원 상당의 ‘재난가방’이 올랐다. 많이 본 상품 순위에서도 대용량 건전지 벌크 제품(18위)과 발열식 전투식량(64위)이 상위권에 집계됐다.
온라인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이용자는 “한국에서 무슨 전쟁이냐. 개그인가”라며 과도한 전쟁 우려를 지적했다. 반면 다른 이용자들은 “전쟁이 안 난다는 보장은 없다.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휴전 국가”라며 비상용품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일본 정부 권고는 전쟁 대비 아닌 재난 대비
이 같은 불안감은 영국과 일본 정부가 최근 자국민에게 비상용품을 미리 구비하도록 권고했다는 소식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국내에서도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두 정부의 비상용품 비축 권고는 전쟁 임박설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비 레디(Be Ready)’ 캠페인을 발표하고 각 가정에 사흘간 버틸 수 있는 물품을 비축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캠페인의 취지는 전쟁 대비가 아닌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상생활의 혼란에 대비하는 데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겨울의 폭풍과 올여름의 산불은 극한 기상 현상이 일상에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설명하며 전력과 수도, 인터넷 등의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악천후 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호소노 고시 방재상이 방재청 출범을 앞두고 최소 사흘분, 가급적 1주일분의 식품과 생필품을 준비할 것을 당부했으나 이 역시 대규모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취지다.
호소노 방재상은 “일각에서 전쟁이나 재난을 예견하는 정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발생이 예상되는 대규모 재난에 대비하도록 촉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bb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