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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①프랜차이즈 창업 선호…절반 3년내 폐업 ‘답답한 현실’
명예퇴직 이후 인생 2막 다섯가지 유형 살펴보니
② 동종분야 하향 재취업
③ 농사법 익혀 귀농 정착
④ 학위 이수로 스펙 레벨업
⑤ 주식·부동산 올인 대박꿈

100세 시대가 되면서 정년보다 일찍 직장을 그만 둔 명예퇴직자들이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데 여념없다. 넉넉히 노후자금을 모아둔 명퇴자는 다른 이들보다 한결 여유가 있지만, 대부분은 자녀 등록금 및 결혼 자금, 식재료비, 공과금 등 빠듯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명퇴자들의 재취업 유형은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변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재취업 형태는 창업, 즉 자영업자다. 국내 자영업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경기침체로 회사에서 명퇴한 직장인들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별다른 기술이 없는 명퇴자의 열에 아홉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업에 도전한다. 대부분 화이트칼라로 불리는 사무직 종사자들이다. 본사에서 가맹점 설치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준비해주니 명퇴자로서는 돈만 있으면 손쉽게 가게 하나를 차릴 수 있다. 특히 목만 좋으면 ‘대박’도 어렵지 않다고 내심 기대하게 된다.

실상은 어떨까.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펴낸 ‘국내 영업자의 실태 및 시사점’에 따르면 자영업자 월평균 순이익은 150만원 이하로 수익성이 매우 열악하다. 숙박ㆍ음식점업이 월 141만원으로 수익이 가장 높고, 오락ㆍ문화ㆍ운동업종은 월 112만원으로 가장 낮다.

더 우울한 통계도 있다. 자영업 사업체의 3년 생존율은 46.4%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은 사업체를 운영한지 3년도 안돼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라면 가맹점 설치 비용에 투자한 본전도 못 뽑고 폐업하는 셈이다.

명퇴자의 재취업 두번째 유형은 말그대로 재취업이다.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대리운전이나 택시기사, 식당 점원 등이다. 쉽게 얻은 만큼 처우나 생활은 열악하다. 평범한 회사에서 갑작스런 명퇴에 대비하지 못한 대부분의 직장인이 다급한 마음에 이런 곳을 찾는다.

반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를 다니다 명퇴한 직장인은 동종업계에 재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대표적인 예다. 공무원들은 퇴직을 하면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의 기관장, 감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경우 누구나 재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전 직장이 확실한 ‘갑’ 행세가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또 어느 정도 직급도 있어야 한다. 직급이 높다는 것은 업무 능력이나 네트워크가 증명됐다는 얘기다. 그만큼 인력 활용도가 높다.

서울시 돈암동 딩동와플 권모씨(55세)는 명예퇴직 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직장보단 소득이 높아졌지만 개인 여가시간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박현구 기자/phok@heraldcorp.com]

이전 직장과 같은 수준의 동종업계면 가장 성공한 재취업 사례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거나 하청업체로 하향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명퇴자들은 여기서 소위 ‘로비스트’의 역할을 부여 받는다.

완전히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해선 ‘스펙’을 쌓아야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미리 제2의 인생을 위한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는 자기가 원하는 진로로 재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무 만족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재취업 과정에서 인내심이 요구된다. 이전에 내가 누구였다는 생각은 버리고 신입사원의 심정으로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 취업박람회를 다니면서 구인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다른 구직자와 함께 서류 및 면접심사도 받아야 한다. 나이 어린 상사 앞에서 ‘욱’하는 성질도 죽여야 한다.

명퇴자의 재취업 세번째 유형은 영리 목적의 ‘귀농’이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몇 년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던 김모(50대 중반) 씨는 현재 경기도 일산 인근에서 아내와 함께 ‘딸기농장’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대형은행에서 지점장까지 지낸 그는 명퇴에 대비해 틈틈히 농협대학교를 다니며 딸기농사법을 배워놓은 게 전화위복이 됐다.

거액의 명퇴금을 과감히 딸기농장에 투자하고 학교에서 배운대로 농사를 지으면서 첫 결실을 기다렸다. 그러나 수확의 기쁨보다는 실패의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터득한 딸기농사는 대박이 났다. 그는 현재 지점장 시절 연봉 못지 않은 수익을 올리면서 건강까지 챙기고 있다.

김 씨의 사례처럼 모든 귀농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귀농 역시 철저한 준비없이는 낭패를 보기 쉽다. 최근에는 정부와 민간에서 귀농귀촌 교육과정을 많이 개설하면서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명퇴자를 돕고 있다.

더 큰 꿈을 위해 중단했던 ‘학업’에 도전하는 명퇴자도 많다. 이들은 주로 40대 초반에 퇴직하는 직장인으로, 명퇴금을 기반으로 학업에 다시 뛰어들어 석ㆍ박사를 따고 재취업을 노리는 경우다. 최근에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외국에 취직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유학원에 대기업 차장급 직장인들이 눈에 띄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예 수억원의 명퇴금을 굴리면서 투자소득으로 사는 명퇴자도 있다. 이들은 평소에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직장인들로, 퇴직 후 투자에 ‘올인’할 수 있는 여유와 증권회사 직원의 어깨 넘어로 배운 얄팍한 투자 지식으로 대박을 꿈꾼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이 오히려 독이 돼 일순간 명퇴금을 날리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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