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위믹스 재상장, 공익·거래신뢰 위해 신중해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위메이드 본사 앞.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금융당국은 코인원이 코스닥 상장사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 재상장을 결정한 데 대해, 공익과 거래 신뢰성 측면에서 신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코인원이 사실상 기습적으로 재상장을 발표하면서, 위믹스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금융당국의 눈도 한층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인원은 상장폐지된 위믹스를 재상장한다고 공지했다. 위믹스 상폐는 지난해 11월 투자자들과 게임업계, 심지어 기존 금융권의 우려에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 DAXA)의 자율규제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거래소(고팍스에는 본래 상장안됨)에서 공동대응한 첫 사례였다. 이후 법원이 위메이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공식성도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별 코인의 상장 또는 상폐는 거래소의 자체 판단이므로 직접 개입할 사항은 아니나, 상폐된 코인의 재상장 문제는 공익실현과 투자자 보호, 거래소의 신뢰성 관점에서 신중히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인원을 포함한 닥사 소속 거래소에서 일괄적으로 상폐 방침을 밝혔던 만큼, 이에 따라 위믹스를 매도한 사람들만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개별코인의 상장·상폐를 일일이 들여다보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거래소(코인원)에서 명확하게 상폐사유가 해소된 것으로 본 것인지 관심”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닥사는 자율규제 협의체 단계이지만, 정식 자율규제기구(SRO)로 인정받기 위해선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닥사든 다른 곳이든 공식 SRO가 되려면 결국 업권법이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코인원의 재상장을 계기로 닥사라는 자율규제 협의체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이 닥사는 물론 위믹스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금융당국에도 밉보일 수밖에 없는 행위를 했다. 금융당국이 제일 싫어하는 게 가상자산에서 이뤄진 행위의 영향이 기존 금융권으로 전파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 위메이드, 위메이드플레이, 위메이드맥스는 나란히 상한가를 찍어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한편 위믹스 상폐는 상징성이 크고 출범 초기 닥사의 존재감을 각인하는 데 대표적인 사례였던 만큼, 이번 코인원 조치에 닥사 소속 타 거래소들은 사실상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특히 코인원은 상장폐지 논의당시 적극적으로 상폐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위믹스 상폐 당시에도 닥사의 역할과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상폐의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지 의문이 불거졌는데, 이번 사례를 통해 ‘재상장’의 명확한 기준도 구비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닥사는 회원사의 결정인 만큼, 내분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닥사 관계자는 “개별회사의 결정으로 이해하려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특유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닥사 소속 거래소 사이에서도 “이번일을 계기로 닥사 내부 거래소간에도 합의를 볼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다”는 자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일개 거래소가 상폐했다가 재상장한 사례도 아니고, 이번 경우는 닥사 차원에서 4개 회사가 공동으로 신중히 논의한 상황을 코인원 혼자 뒤집은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