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태국 아유타야의 사원들…영광과 굴욕의 역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불교 국가’ 태국 3 우리나라 경주는 도시 대부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특히 경주 남산은 불교미술 유산이 집중된 산지 유적군으로 불국토를 꿈꿨던 신라시대의 탑과 불상, 사찰(터)들이 산 전체를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목 잘린 부처상, 인위적인 손에 의해 부서진 탑, 파괴되고 훼손되어 터만 남겨진 사찰들이 곳곳에 있다.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 젊은 유생들의 객기 어린 장난이 빗어낸 비극적 산물이다. 527년 불교를 국가종교로 공인한 이래 935년 멸망되기까지 400여년 동안 경주는 불국토를 꿈꿨던 신라의 수도였다. 태국에도 비슷한 곳이 있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80여㎞, 1시간 거리에 태국의 두 번째 왕조였던 아유타야왕조(1351~1767년)의 수도이자 400여년 동안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 피우며 불국토를 꿈꿨던 ‘아유타야’시(市)다. 동남아시아 국제무역중심지로 번성했던 아유타야 왕조는 압도적인 분위기의 거대한
2026.06.18 14:40
“천사도 쉬어가는 황금빛 도시”…‘불교 국가’ 태국 방콕의 사원 [정용식의 사찰 기행]
‘불교 국가’ 태국 2 태국에서 쉽게 접하는 것 중 하나가 많은 불교사원과 금빛으로 빛나는 불탑,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는 수많은 승려의 모습일 것이다. 방콕에만 3000여개, 태국 전역에는 크고 작은 사원이 3만개, 승려는 30만명 이상이 있다고 한다. 태국어로 사원은 왓(Wat) 불탑은 체디(Chedi, 종 모양) 또는 프랑(Prang, 첨탑 모양)으로 부르며 국가적 상징인 왕실 문화와 결합해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원들이 밀집해 있는 방콕은 손꼽히는 세계인 불교도시다. 한국 사찰은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아미타불 등 다양한 보살 신앙이 발달해 관련 전각들이 많지만 태국의 사찰은 단순하고 수행적 분위기가 강하며 독창적인 건축양식과 불교철학을 담고 있다. 사찰 지붕은 하늘과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의미로 계단식으로 층층이 겹쳐 지붕 끝이 길게 치켜 올라가며 뾰쪽한 장식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불상을 모시는 본당도 화려한 벽화와 금박 및 유리 모자이크 장식으로 대부분 꾸
2026.06.12 15:35
“세계 불교 교류의 장, 베삭데이”…‘불교 국가’ 태국과 UN 불교 기념일 [정용식의 사찰 기행]
‘불교 국가’ 태국 1 부처님의 탄생, 깨달음, 열반을 한꺼번에 기념하는 ‘베삭(Vesak) 유엔데이’란 생소한 이름의 행사가 있다고 해 순전히 불교 국제행사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월 중순 부탄을 방문할 때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서 환승하다 보니 한밤중 6~7시간 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많은 사람이 붐벼 동남아 최대 허브공항으로서 면모를 봤으나, 이번엔 5월 말 오전 시간대 도착하니 공항이 무척이나 한산하다. 태국이 우기를 앞두고 40도까지 올라가는 한여름철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인천공항에서 5시간 30분, 구름 아래 내려다보이는 태국은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라 그런지 산이 보이지 않는 곡창지대를 이루는 넓은 평야만 들어온다. 공항에 도착하니 황금색 가사 옷의 스님들이 행사 참가자들을 체크하며 맞이하고, 숙소로 지정된 구도심에 있는 오래된 호텔 ‘로얄 프린세스’는 여러 나라 스님으로 북적인다.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2026.06.08 16:38
“마음이 곧 부처” 마조의 한마디…남악형산과 강호의 선사를 찾아서 [정용식의 사찰 기행]
한국 불교 뿌리를 찾아서 (5) 수많은 종교단체가 ‘유토피아 지상천국이 이뤄질’ 성지로 여기는 곳이 있다. 산의 능선이 닭의 볏을 쓴 용의 모습과 닮았고 산세가 변화무쌍하고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뛰어나 통일신라의 오악(五嶽) 중 서악(西嶽)으로 나라의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곳이다. 845m밖에 안 되지만 지리산에 이어 2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계룡(鷄龍)산이다.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곳이 있는데 오악 중 남악(南嶽)으로 도교와 불교의 성지로 불리는 호남성의 형산(衡山)이다. 중국의 2대 종교(사상)는 북방에서 싹튼 유교(공자)와 노자와 장자의 활동 무대인 남방에서 싹튼 도교이다. 외래 종교인 불교가 이런 틈바구니에서 성장하게 돼, 남방에선 도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이 불교 선종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됐다. 실제 남악형산을 주 무대로 선법을 펼쳤던 7조 회양은 ‘무위(無爲)의 법’을 얻고자 스승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중국에도 국가 제사를 지내는 오악 명산이 있는데 동악 태산(산동
2026.04.30 13:59
“삭발수계 도량부터 등신불까지”…남종선 초조 광동성 혜능조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한국 불교 뿌리를 찾아서(4)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신라 승려 원효가 서해 가까이 충청남도 어딘가의 동굴에서 잠결에 해골 물을 맛있게 마셨으나, 잠이 깬 후 썩은 물이었음을 알고 깨달음을 얻어서 했던 말이라고 한다. 신라 육두품 출신 원효(617~686년)는 진골 출신 의상과 함께 661년 당나라로 유학 가던 중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어 유학을 포기했다. 스스로 소성거사라 칭하며 주변의 눈초리나 시선을 무시하고 파격적인 행보로 속세에 섞여 가난하고 무지몽매한 무리에게 대중 교화를 했다. “마음이 생기면 가지가지의 법이 생기고, 마음이 멸하면 가지가지의 법이 멸한다.” 이같이 말한 원효대사는 어찌 보면 “밖에서 부처를 찾지 말고 자기 마음에서 부처를 보라”며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가 깨달을 수 있다는 파격적 가르침을 펼친 중국의 6조 혜능대사를 연상케 한다. 원효가 깨달음을 얻은 시기가 중국 선종의 법맥이 5조 홍인에서 혜능으로 넘어가기 직전이
2026.04.23 14:17
“선(禪)의 삶, 깨달음서 시작”…호북성 황매현의 도신과 홍인선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한국 불교 뿌리를 찾아서 (3) 14세 동자승이 당당하게 승찬대사를 찾아와 묻는다. “해탈하는 법문을 알려주십시오” 승찬이 물었다. “누가 너를 묶어 두었는가?” 동자승은 “아무도 속박한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무슨 해탈을 따로 구하려고 하느냐?” 승찬의 말에 크게 깨달은 동자승은 제3조 승찬의 정법을 잇게 됐으니 바로 4조 도신이었다. 안휘성 잠삼현의 삼조사에는 승찬이 수행했던 삼조동 옆에는 이렇게 3조 승찬과 4조 도신이 만난 해박(解縛)바위가 있다. 도신이 주석했던 호북성 황매현에 있는 사조사는 안휘성 잠삼현의 삼조사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안휘성과 호북성의 양 경계 지점에 잠삼현과 황매현이 있는 것이다. 황매현에는 도신스님의 정각선원(사조사)과 홍인스님의 서풍선원(오조사)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황매현 쌍봉산을 좌우로 도신의 서산산문(사조사)과 홍인스님의 동산산문(오조사)이 열렸고 이는 중국 선종 역사상 처음 개설된 산문들이다. 중국 선
2026.04.16 14:39
“존재 본질 찾던 혜가·승찬 스님”…‘선종 사찰’ 중국 호남성에서 안휘성까지 [정용식의 사찰 기행]
한국 불교 뿌리를 찾아서 (2) ‘마음이 부처요, 마음이 곧 법이니, 법과 부처는 둘이 아니다’라며 기성 불교에 반하며 소림사에서 면벽수행을 하던 달마를 찾아가 제자 되기를 간청하는 사십초로의 신광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사흘 밤낮을 눈 속에 선 채 꿈쩍하지 않고 있었지만 냉정하게 거부하며 쫓을 심상으로 말한다. “만약 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면 법을 주겠노라”며 자신 앞에 쌓인 눈이 붉게 변할 때까지 받아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 순간 그 스님은 칼을 빼 단칼에 자기 왼팔을 잘라 붉은 피가 눈밭에 사방으로 휘날리며 붉은 눈처럼 됐다. 그때 달마가 혜가를 향해 무언가를 던졌고, 혜가는 본능에 따라 그것을 잡으려 했으나 이미 팔을 잘라낸 뒤였다. 혜가는 ‘없는 팔로 무엇인가를 잡으려는 행위’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간절함을 들어낸 입설단비(立雪斷臂, 팔을 잘라 붉은 눈을 휘날리다)란 말이 이렇게 생겨났다. 소림사 스님들이 한 손으로 인사하는 이유, 스님들이 붉은 천을 두른 복장
2026.04.09 16:57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수행”…‘선종 창시자’ 달마대사와 소림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선종의 뿌리를 찾아서 (1) 1989년에 개봉했던 한국 영화 중에 ‘달마대사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선문답 같은 영화제목이 있다. 절에 사는 동자승의 눈에 비친 인간의 생과 사의 문제를 다룬 영화라고 한다. 달마대사는 한국인에게 그리 생소하지 않다. 절 앞 기념품점이 아니더라도 못생긴 얼굴의 ‘달마도’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마대사가 어디서 어느 동쪽으로 갔다는 것일까. 고대 중국의 고승 조주(趙州) 선사에게 한 제자가 위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자 “뜰 앞의 잣나무다”라는 희한한 답을 했다. “부처를 찾거나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현실(마음)을 직시하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범인으로선 이해하기 쉽지 않다. 논리로는 풀 수 없는 엉뚱하거나 모순처럼 보이는 문답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불교(선종)에서 말하는 선문답(禪問答)이었다. 한국불교의 뿌리는 이러한 중국의 선종으로부터 대부분 연유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3시간 정도 비행하면 1억명의 인구
2026.04.03 14:08
“가장 행복한 나라”…히말라야 ‘은둔의 소왕국’ 불교국가 부탄 [정용식의 사찰 기행]
불교 국가 부탄을 가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행복’이 뭐냐고. 그 가치는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행복을 만드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게 된다. 불교에선 ‘인생은 고락(苦樂)이 반복되고 그 원인은 ‘탐욕’과 ‘집착’이며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행복’이며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열반이라고 이야기한다. 행복은 ‘욕구’가 아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생긴다는 어느 스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 앞에 히말라야의 소왕국 부탄을 떠올린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한때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었기에 인천에서 부탄까지 가는 길고 긴 비행시간이 고행(?)처럼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설렘이 훨씬 컸다. 부탄 도착 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경은 강렬한 태양 빛에 북극의 설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구름 위를 마치 스키 타듯 지나오고 창밖에 장엄하게 펼쳐진 히말라야의 설산은 그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
2026.02.12 14:42
사찰기행 100선 에필로그…해남 땅끝 달마산 미황사에서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각별한 의미를 주는 특별한 숫자들이 있다. ‘100’이란 숫자는 기대치에 꽉 찬 아주 많은 경우, 평가에 있어서 최고 또는 완벽함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해 모두를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불교에선 100을 완전함을 위한 중간 단계로 해석하는데 108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불교에는 이른바 법수(法數)라고 일컫는 상징적인 숫자들이 있다. 핵심적인 가르침이 3법인(三法印), 4성제(四聖諦), 6바라밀(六波羅密), 8정도(八正道), 12연기(十二緣起)와 33관음(觀音), 53선지식(善知識), 108번뇌(煩惱) 등이다. 그중 가장 많이 듣는 숫자가 인간의 번뇌를 세분한 ‘108’인데 108번뇌, 108계단, 108염주, 108배 등 중생의 번뇌가 많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따라서 108은 불교에서 수행과 관련 다양한 의식에서 사용되며 완벽한 숫자, 아주 많음을 의미하고 있다. 멋모르고 시작했던 ‘내 마음대로 사찰기행 100선’을 26개월여 만에
2025.12.31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