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에 던지는 성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이 경과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는 국제적 위상이나 군사력에서 현저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선제 공격하였다. 우크라이나는 전력 열세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결연한 항전의지를 바탕으로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세를 저지하는 데에 성공하였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전쟁은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을 결속시키면서 대대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 양상을 통하여 몇 가지 성찰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21세기에도 전체주의적 성격의 국가 지도자에 의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가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러시아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대(大)슬라브주의’의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는 나토의 동진이 러시아 안보
2022.05.25 11:22[김광진의 남산공방] 우주에서의 활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의 강한 항전 의지와 함께 서방의 군사지원 증가 속에서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그와 함께 전쟁의 범위도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데, 우주 영역에서도 전쟁 행위가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발표에 의하면 서방의 GPS 우주 기반 항법 신호가 러시아의 방해로 인해 우크라이나에서는 사용되지 못한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지원하는 해킹 집단은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우주 기반 항법 신호 사용을 차단하는 중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주까지 확대된 것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과거 구소련 민간 우주 프로그램 유산의 계승자로 상호 보완적 관계였다. 구소련은 러시아에 효율적인 우주 수송 수단 역할을 해주는 우주발사체와 유인 우주 체류 프로그램 등을 물려주었고, 우크라이나에는 대규모 로켓 엔진 생산 프로그램을 남겼기 때문에, 두 나라는 서로의 보완적인 도움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전쟁과 함께 두
2022.04.29 11:27한국군이 보유한 러시아제 T-80U 전차의 포 발사 미사일과 기관총 [안승범의 디펜스타임즈]
한국군은 불곰사업으로 도입한 러시아제 T-80U 전차와 BMP-III 보병전투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4월 현재 전투부대용에서 제외되어 KCTC 훈련장의 가상 적전차 및 장갑차로 수십대가 운용중이다. T-80U 전차와 BMP-III 보병전투장갑차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동원한 여러 기갑장비중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T-80U 전차와 BMP-III 보병전투장갑차는 우크라이나군 역시 일부 사용중인 장비이며 최근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넘겨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군이 원조를 요구하는 T-80U 전차와 BMP-III 보병전투장갑차의 특징은 화력에 있다. 러시아제 T-80U 전차와 BMP-Ⅲ 보병전투장갑차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주포의 관통력을 보완하고 대전차미사일 및 무장헬기 등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포 발사 대전차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불곰사업으로 T-80U 전차와 BMP-Ⅲ 보병전투차를 도입하면서 포 발사
2022.04.22 14:01[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강대국 지정학 충돌 속 윤석열 당선인의 국제전략
최근 일본 연구자들이 ‘서태평양 연합의 권장’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도쿄대 교수 출신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한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등이 주도한 책에서 필자들은 향후 일본이 지향할 국제 전략으로 ‘서태평양연합’ 구상을 제시했다. 중국 팽창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태평양 도서국가, 그리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가 참여하는 연합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쿼드(Quad)’를 결성한 미국과 인도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눈에 띄지만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양국가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여타 국가를 규합해 주도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국제 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일본은 10여년 전 당시 아베 총리가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과 미국, 호주, 인도를 포함한 태평양 안보다이아몬드 구상을 제기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022.04.20 11:16[김광진의 남산공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민군관계 방향성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만 한 달이 됐다. 한 달 전만 해도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공격보다는 하이브리드 방식 전쟁이 주로 예상됐다.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이름을 딴 게라시모프 독트린으로도 일컫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할 때부터 널리 알려졌다. 당시 러시아는 대규모 군대가 국경을 넘지 않았고 대신 사이버전·심리전·특수작전 등 비군사 수단과 비정규 군사작전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했다. 휴가 처리된 러시아 군인들이 투입된다거나 친러시아 민병대에게 중화기를 제공하고 민간군사기업 용병을 보내는 식이었다. 그런데 2022년의 러시아는 예상과 달리 하이브리드 전쟁이 아니라 대규모 군대가 국경을 넘어 재래식 전쟁을 하고 있다. 전쟁 초기 러시아가 보여준 재래식 군사작전의 모습도 예상과는 달랐다. 특히 러시아군의 항공작전은 미스터리로 보일 정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비해 지상군뿐 아니라 전투기 수 1571대와 231대 비교에서 알
2022.03.25 11:03[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대통령 선거에 나타난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와 과제
제20대 대통령선거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었다. 초박빙의 접전이 벌어졌지만 패자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냈다. 승자는 지지자들의 환호에 둘러싸여 승리를 만끽하면서도 패자들에게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사전투표관리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선거관리 주무부서와 개표 종사자들은 하룻밤 사이에 국민의 민의를 오롯하게 구현했다. 과반수에 가까운 국민은 지지한 후보가 승리하는 기쁨을 향유할 수 없었으나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성숙성을 보여줬다. 민주주의 선진국을 자처하는 미국에서 불과 2년 전 대선 이후 발생한 혼란과 난맥상을 우리는 기억한다. 선거 결과에 불복한 현직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등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도 자유민주주의는 퇴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히려 새로운 권위주의 체제가 유라시아대륙에서 강화되는 우려스러운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세습정권이 여전
2022.03.16 11:11[김광진의 남산공방] 과학기술 혁신 시대의 국방 인재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학기술 혁신이 여러 분야에서 키워드가 되고 있으며, 국방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방과학기술 발전은 미래 국방의 중요한 화두이며, 이 같은 맥락에서 인공지능(AI)과 무인 자율무기와 같이 게임체인저도 될 수 있으며, 부족한 인력을 대체할 수도 있는 능력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인공지능과 무인 자율무기 시대의 국방 분야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물론 과학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와 그 중요성에 대한 공감 능력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 자체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동반될 현상에 대한 대처 능력 역시 필요할 듯한데 이 부분은 통상 간과되기가 쉽다. 과학기술 혁신에도 계속 나타날 수 있는 현상 가운데 첫 번째는 인류의 전쟁역사에 항상 개입해왔던 우연과 행운이다. 인류는 지금도 과학기술을 통해 우연과 행운으로 말미암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과학기술이 완벽하게 불확실성을 통제할 것이라고 용감하게 장담하
2022.02.25 11:21[김광진의 남산공방] 국방개혁과 병영문화
최근 정부는 국방개혁을 점검하면서 군 구조, 방위사업, 국방 운영 및 병영문화 개혁과제들의 성과를 평가한 바 있다. 여기에서 우리 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병사들의 병영생활과 직결되는 과제는 병영문화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장병 기본권 확대와 복지인프라 확충 등 병영문화 개혁 방안이 어떻게 군의 역량을 강화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병영문화 개혁은 요즘의 시대 변화에 따라 당연하다는 생각만이 지배하는 듯하다. 사실 시대적 변화의 하나로, 한국 사회는 인구 감소와 함께 교육 수준이 높아진 병역 연령 세대의 요구 수준도 높아지는 변화가 있다. 또한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기술은 군 내 무인화를 가능하게 해주어, 군이 병사들의 인권과 복지에 더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끔 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사회와 과학기술 변화로 인해 병영문화 개혁의 당연함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때 문화적 변화도 거들고 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2022.01.28 11:02[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하는 ‘한국판 솔라리엄 프로젝트’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 간에 경쟁적으로 국정 각 분야의 정책공약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외교와 국방 등 분야는 경제나 복지 등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기는 하나 이미 후보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정책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모 후보는 병력자원 감소를 염두에 둔 듯 기존 징병제를 대체하는 ‘선택적 모병제’를 공약했고, 다른 후보는 북한의 핵능력 및 대륙간탄도탄 개발 지속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타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을 맞아 기존 정책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공약을 개발하는 것은 국정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승리한 측에서 승자독식처럼 자신들의 공약을 중심으로 국정과제를 작성하고 캠프 참가 멤버들만 정부 요직에 임명해온 관행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국방이나 외교정책은 여타 정책보다 초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자신들이 제기한 공약만을 정책
2022.01.26 11:22[김광진의 남산공방] 국가안보와 방위산업의 역할
최근에 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2’와 K-9 자주포의 수출 소식이 있었다. 세계 무기시장에서 강대국 방위산업과 경쟁하며 우리 방위산업이 거둔 훌륭한 성과라 할 만하다. 사실 방위산업에서 강대국과 중견국의 차이는 존재한다. 강대국 방위산업은 군사적으로는 범세계적 군사기술 패권 유지를 목표로 한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 당시 3차 상쇄 전략에서 천명한 군사기술의 지배력 유지는 방위산업의 우위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국내 방위산업의 생산과 수출물량 증가를 통해 새로운 고용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정치·외교적으로 강대국 방위산업에서 생산된 무기의 해외 이전 승인과 보류는 해외 수입 대상국에 대한 정치적 보상과 제재 수단이 되기도 한다. 냉전 시대에 초강대국들은 해외 무기 이전을 동맹국 확보경쟁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한 바 있다. 이렇듯 강대국의 국가안보에서 방위산업의 중요성은 자명하다. 그런데 중견국 방위산업은 세계 최고 군
2021.12.24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