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전략사령부 출범에 관하여
지난 10월1일 건군 76주년을 맞이하며 전략사령부가 창설됐다. 국방부는 전략사령부가 한미 핵협의 그룹(NCG)과 연계해 핵재래식 통합 작전개념과 방안을 발전시키고, 우주, 사이버, 전자기파 등 신영역에서의 전투 발전을 주도할 것이란 구상도 나왔다. 전략사령부는 특히 핵무기 대응에 대해서 큰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언론 보도 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합참 전략기획본부 소속의 북한 핵·미사일 담당과를 핵WMD 대응센터로 확대 편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렇게 탄생한 핵WMD 대응센터로부터 이제 2024년에는 전략사령부까지 출범하게 된 것이다. 전략사령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의 한국측 채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미국의 상대 채널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될 것인데, 1946년 전략공군사령부에서 시작된 조직이다. 그 당시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수단은 장거리 폭격기밖에 없었다. 이에 제2차 세계
2024.10.25 11:12[김광진의 남산공방] 전쟁은 어떻게 종결되는가
전쟁에 관해 가장 많이 읽힌다는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일찍이 전쟁을 ‘상대의 모든 능력을 절멸시키려는 절대전쟁과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현실전쟁’으로 나눈 바 있다. 현재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종결을 놓고서 절대전쟁과 현실전쟁 사이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지역 공세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승리를 확신하던 러시아에 큰 충격을 안겼고, 종전 협상에서 잃었던 영토회복의 교환카드로 활용할 상대방 영토를 확보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우크라이나 관점에서의 상대방 능력 절멸을 의미하는 절대전쟁 방식 대신 현실전쟁 방식의 전쟁 종결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침범은 러시아 국가안보전략에 의하면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의 핵전쟁 언급이 다시 등장했듯이 이번 쿠르스크 공세는 핵무기라는 절
2024.09.27 11:19[김광진의 남산공방] 8월의 역사와 핵무기 효과 논의
지금으로부터 79년전 8월 우리의 광복절이 시작됐다. 반면 일본에는 이 시기에 제2차 세계대전 항복 역사가 있다. 그리고 같은 달 인류 최초의 핵무기 사용 역사도 기록됐다. 그래서 일본의 항복을 핵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역사학자들과 핵전략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그보다 더 복잡한 상황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들의 연구 중 전통주의 시각에서는 미국의 핵무기 사용 이유를 ‘일본 본토 침공에서 예상되는 미국인 생명 피해를 감소시키려는 것’이라 한다. 반면 수정주의 시각에서는 전쟁 막바지에 소련이 참전해 아시아로 진출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주장들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주요 행위자는 미국, 일본, 소련이라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동맹국 소련의 참전이 필수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잠재적 라이벌로 보고 견제하고자 했다. 반면 소련은 참전을 서두르고 있으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일&mi
2024.08.30 11:15[김광진의 남산공방] 우주의 무기화 시대
우주를 군사작전의 지원 공간으로 활용하는 현상을 ‘우주의 군사화’라고 일컫는다. 이와 달리 우주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적용하는 경우는 ‘우주의 무기화’ 현상으로 구별된다. 오늘날은 ‘우주의 무기화’ 현상이 트렌드가 되는 것 같다. 금년 2월 미국 백악관과 하원 정보위원회는 러시아의 우주 기반 대위성 공격 무기 존재를 확인해주었다. 그리고 5월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 우주 무기가 위성 궤도에 배치되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모두 ‘우주의 무기화’ 트렌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전략가들은 위성이 근본적으로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우주는 본질적으로 방어보다 공격에 적합한 영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주에서 위성을 공격하는 기술들은 운동성 물리적 공격, 비운동성 물리적 공격, 전자적 공격에 적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운동성 물리적 공격 기술로는 지상 발사체로 위성을 파괴하는 직격 대위성 무기
2024.07.26 11:19[김광진의 남산공방] 대만해협의 ‘워 게임’과 방위산업
최근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쟁 상황을 모의한 ‘워 게임’(War Game·전쟁을 시뮬레이션한 훈련)들이 회자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발생하려면 최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조건은 중국의 무력 침공이다. 다만 이 조건 충족이 간단하지는 않다.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에 의하면, 대만의 분리 독립 선언 또는 대만 내 외국군 배치 등의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가 중국의 무력 사용 여건이다. 물론 이런 여건이 조성되더라도 중국의 경제 상황이나 군사력 준비 상태에 따라 대만 침공 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7년까지 중국군의 대만 침공 준비를 끝내라고 했다는데, 이것은 역설적으로 그 이전까지는 군사력이 준비되지 못한다는 의미도 된다. 두 번째 조건은 중국 침공시 대만의 지속적인 저항이다. 그래야만 미국의 군사개입이 가능할 것이다. 지난 2022년 2월 러-우 전쟁 발발 당시에 여러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의 조기 항복을 예상
2024.06.28 11:02[김광진의 남산공방] 전쟁 전야의 시간
세계 미디어에서 전쟁이 언급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었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해를 넘겼다. 대만 해협에서의 전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의 위협에 관한 보도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전쟁 전야를 맞이한 듯하다. 두 차례 세계대전 전야인 것만 같은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다. 크리스토퍼 클라크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원인에 관한 연구 결과인 저서 ‘몽유병자들’에서 전쟁의 출발점을 1911년 이탈리아의 오스만 터키 제국 속령 리비아 침공부터라고 했다. 언뜻 독일, 러시아, 프랑스, 영국이라는 제1차 세계대전 주요 참전국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탈리아의 리비아 침공이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탈리아가 오스만 터키 제국의 권리를 무시하고 리비아로 침공한 것을 국제사회가 방관하면서, 발칸 반도의 오스만 터키 제국 지배 영역을 탈취하려는 전쟁이 뒤를 이었고, 그 결과 주요 강대국들이 발칸 문제에 끌려들어
2024.03.29 11:17[김광진의 남산공방] 2년의 전쟁, 원인과 대비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22년 2월 24일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올해로 3년차로 접어들었다. 당시에는 러시아가 득보다 실이 많은 전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설사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해를 넘길 정도로 긴 전쟁이 될 것이란 예측도 드물었다. 다수의 예상과 달리 전쟁은 일어났고, 만 2년을 넘기며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전쟁의 발발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우크라이나 전쟁 뿐 아니라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직면하고 있어, 전쟁의 시대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와 같은 전쟁은 왜 발발하는 것일까. 그리고 전쟁 발발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국제정치학에서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국제정치학에서는 국제체제, 국가의 성격, 국가 간의 관계 등 여러 수준 속에서, 전쟁 발발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다양한 전쟁 발발 이론들이 제시되었고, 우크라이나 전쟁
2024.02.23 11:14[김광진의 남산공방] 늘어나는 민간 전쟁 피해
2024년 새해에도 세계 각처의 전쟁들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이 2025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의 민간인 피해는 작년 말 기준 2만7천명이라는 국제기구의 보고가 있었는데, 전쟁이 계속될수록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작년 말부터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증가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이렇듯 금년에도 전쟁에서의 민간인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데, 이와같은 전쟁에서의 민간인 공격에 대해서는 전쟁법 영역만이 아니라 전쟁의 목표 관점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역사적으로 민간인들은 전쟁에서 상당히 취약한 표적으로 알려져 왔지만, 전쟁의 목표 달성에 있어 민간인 공격이 유용하지 않다는 주장 또한 고대 시대부터 있어왔다. 18세기에 기번이 저술한 「로마 제국 쇠망사」에는 고대 로마 시절 전쟁 양상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는데, 그중에는 전쟁에서 민간인의 살해와 약탈이 규제되어야 할
2024.01.26 11:11[김광진의 남산공방] 2024년은 전쟁의 시대일까?
“전쟁의 시대에는 스스로 무기와 탄약을 개발, 생산, 비축하지 못하고 우방국에 의존한다는 것은 약점이며,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우방국들의 군사지원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한 해가 저물고 2024년을 맞이하려고 한다. 올해는 전세계적으로 전쟁이 확산된 시대로 기억될 것 같다. 2022년부터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10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금년 10월부터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여전히 계속되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모두에게 무기 지원을 하며, 사실상 2개 전쟁에 관여하는 중이다. 다음 전쟁은 대만 해협과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때는 전세계에서 미국이 관여하는 4개의 전쟁이 발생한다는 의미가 된다. 과연 2024년 이후는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인가? 그럴 경우 우리는 전쟁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 우선 영국 옥스퍼드와 협업하며 공개 데이터를 제공하는 &lsquo
2023.12.27 11:20[김광진의 남산공방] 이-하마스 전쟁의 역사적 비유, 아날로지
지난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번 전쟁은 군사적으로는 하마스에 기습을 허용한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가 부각된 사례다. 이 실패는 미국이 1941년에 당한 진주만 기습이나 이스라엘이 1973년에 겪은 욤키푸르 전쟁 초기 기습에 비견될 정도다. 진주만 기습을 허용한 미국의 정보 실패는 국력이 절대적으로 열세한 일본이 선제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집단사고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리고 욤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정보 실패는 그전까지 중동전쟁에서 거듭 승리해온 이스라엘이 적을 과소평가하고 스스로의 억제력을 과대평가했던 결과라고도 한다. 이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의 정보 실패는 유사한 과거 사례들과 비유되고 있는데 이를 ‘역사적 유추(아날로지)’라고도 한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정치지도자가 역사적 유추를 활용해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상황을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한다고 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
2023.11.24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