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국방개혁을 점검하면서 군 구조, 방위사업, 국방 운영 및 병영문화 개혁과제들의 성과를 평가한 바 있다. 여기에서 우리 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병사들의 병영생활과 직결되는 과제는 병영문화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장병 기본권 확대와 복지인프라 확충 등 병영문화 개혁 방안이 어떻게 군의 역량을 강화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병영문화 개혁은 요즘의 시대 변화에 따라 당연하다는 생각만이 지배하는 듯하다.
사실 시대적 변화의 하나로, 한국 사회는 인구 감소와 함께 교육 수준이 높아진 병역 연령 세대의 요구 수준도 높아지는 변화가 있다.
또한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기술은 군 내 무인화를 가능하게 해주어, 군이 병사들의 인권과 복지에 더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끔 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사회와 과학기술 변화로 인해 병영문화 개혁의 당연함이 부상하고 있는데, 이때 문화적 변화도 거들고 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이기도 한 유발 하라리는 전쟁문화사를 다룬 저서인 ‘극한의 경험’에서 전쟁문화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전쟁문화는 인류의 사상과 역사적 경험에 따라 변화된다. 그래서 18세기 이전 유럽 합리주의 사상에 기반을 둔 전쟁문화는 위대한 지휘관의 합리성에 의하여 병사들의 모든 움직임이 통제되는 로봇군대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당시 병사들에게는 자율성과 주도권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 후 나폴레옹 시대부터의 낭만주의 사상에 기반한 전쟁문화는 병사들을 교육해 주도권을 갖도록 하여 개별 병사들의 기동성을 강화한 군대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때부터 신병훈련소도 등장하였다고 한다. 그 목적은 신병들에게서 민간인의 정체성을 리셋시킨 후 백지 상태에서 주도권 등 군에서 필요한 능력을 효과적으로 교육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잘 교육된 병사는 ‘전략적 수준의 병사(strategic corporal)’가 되어 최전방에서 전략적 판단 능력까지 갖출 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는 책을 마치면서 20세기 이후 현대 전쟁문화는 전쟁에서의 희생을 일깨우는 반전문화 중심으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전쟁 대비보다 전쟁 반대 중심의 20세기 이후 현대 전쟁문화는 오늘날 병영문화 개혁 방향이 병영과 시민사회의 격차 해소로 이끄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러나 병영문화 개혁은 시대적 요구에 의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국방 개혁의 본질인 군의 역량 강화에도 기여하여야 한다. 사실 시대적 요구의 배경인 사회·과학기술·전쟁문화 변화에서도 군의 역량 강화의 기회 요인들은 있다. 오늘날 사회 변화는 병역 연령층 세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교육 수준과 지적 능력을 갖추게 하였고, 과학기술 성과는 모든 병영에서도 디지털 정보 공유 환경이 가능하도록 해주고 있다.
전쟁문화 변화를 통해서는 군 교육훈련으로 전략적 수준의 병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시대의 기회 요인들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병사 교육훈련의 질적 향상과 같이 군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병영문화 개혁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광진 전 공군대학 총장